[사설] 고액과외에 자금출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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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외교습이 전면 허용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와 정당들이 과외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어제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소외감을 걱정하면서 고액과외자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고액과외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액과외의 자금출처 조사 발상은 일시적 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못된다고 본다.

고액과외 근절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국민의 교육권을 범죄시해 강압적으로 막아서는 안될 것이다. 헌재의 위헌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필요하다면 고액과외 교습자의 등록과 과세 관리를 통해 공급을 규제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다.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자금출처 조사' 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는가. 과외란 일종의 변형된 교육형태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범법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교육이 자꾸만 꼬인다. 우선 정책 당국은 공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에 과외가 생겨난다는 기본인식에서 문제를 풀려고 해야 한다.

공교육이 부실하니 사교육이 성행한다는 자성(自省)이 있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근본은 그대로 둔 채 자금출처 조사로 과외를 잡으려는 발상을 하니 문제는 풀리지 않고 거듭 꼬여가는 것이다.

고액과외를 자금출처 조사로 다룬다면 사라지기는커녕 음성화하고 더욱 고액화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조기유학도 비용은 더 들고 사교육적 성격이 강한 고액과외에 속한다. 이것도 자금출처 조사로 막을 것인가.

물론 고액과외 대책은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 어떤 식으로 기준을 정한다 해도 학부모의 경제력이 천차만별인 점을 감안하면 고액과외의 불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대책은 한계가 있다.

교육부가 후속조치대책반을 만들었다니 허둥대지 말고 충분한 연구를 통해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고액과외가 먹히지 않는 교육체계와 사회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한편 점수로 줄서는 대입체계를 개선하는 개혁이 기본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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