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주류 "당운영 독재"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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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부에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으니 비공개로 하자. " (이회창 총재), "전당대회를 논의하는 자리인데 공개하자. " (김덕룡 부총재)

27일 오전 한나라당 당무회의. 李총재와 金부총재가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기(氣)싸움을 벌였다. 결과는 당무위원 다수가 "(비공개가)좋다" 고 해 李총재의 1차 판정승. 그러나 이날 李총재에 대한 비주류측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의장을 떠나던 장수완(張壽完)당기위 부위원장은 "한국 야당 50년사에 이런 독재는 없다" "지난 총선 때 받은 공천헌금을 밝히라" 는 등 독설을 李총재에게 퍼부었다.

특히 비공개회의에서 金부총재 등은 李총재측의 5월 31일 전당대회 강행방침을 거세게 비판했다.

金부총재는 "수도권 참패는 잘못된 공천의 결과" 라며 "기습적인 전당대회에 앞서 당내 민주화를 논의하는 당내특위부터 구성하자" 며 조기 전당대회 반대론을 폈다.

박근혜 부총재 등도 "총재의 일방적 당운영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민주야당으로 거듭 나는 게 우선" 이라고 가세했다.

그러자 양정규(梁正圭)부총재, 하순봉(河舜鳳)총장, 이부영(李富榮)총무, 강재섭(姜在涉).김종하(金鍾河)의원 등이 대거 나서 李총재를 거들었다.

이들은 "총재가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건 대국민 약속이니 빨리 하는 게 좋다" 며 "일정도 한달이나 남아있어 불공정 경선이 될 수 없다" 고 했다.

논란 끝에 李총재는 "5월대회 반대자는 손을 들라" 고 해 사실상 표결을 선포했고 김덕룡.박근혜.박관용.박명환 의원 등 4명만 손을 들어 연기주장은 기각됐다.

李총재측은 이날 논란을 "찻잔 속의 태풍" 이라고 일축한 반면 비주류측은 "이제 시작" 이라며 후일을 별렀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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