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80%가 '親이회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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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당내 계보가 4.13 총선을 계기로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보스급 중진들이 공천과정에서 밀려나거나 낙선했고, 생환한 경우도 세력이 약화됐다.

당내 세력은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옛 민정계의 몰락이 두드러진다.

김윤환(金潤煥)의원의 공천 탈락, 이한동(李漢東)의원의 탈당으로 구심점마저 사라진 상태다. 이들은 급속히 李총재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기택(李基澤)전 총재권한대행 계보도 이름만 남은 상태. 조정무(曺正茂.경기 남양주)당선자 등 5명은 모두 중도.무계파를 주장하고 있다.

曺당선자는 "옛 민주당 개념은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고 답했다.

김덕룡(金德龍.DR)부총재 계보는 다수가 낙천.낙선했다. 金부총재측이 주장하는 20명의 계보원 중 확실하게 DR계를 자처하는 사람은 4~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DR계 당선자는 "친(親)이회창, 친 김덕룡" 을 주장했다. 윤영탁(尹榮卓.대구 수성을)당선자는 "한나라당에 李총재계 외에 다른 계보가 있다는 소리를 못들었다" 고 했다.

강삼재(姜三載)의원 등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직계와 박관용(朴寬用)부총재.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의 범민주계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부영(李富榮)총무 중심의 개혁그룹도 李총무를 제외하곤 모두 "이회창계" 라고 답했다.

李총무 역시 "과거 보스 중심의 계보와는 전혀 다른 느슨한 성격의 연대" 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당선자 1백33명 중 李총재 계보가 80여명을 훨씬 웃도는 상황이다.

게다가 홍사덕(洪思德)의원 등 상당수의 중도파가 李총재와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남경필(南景弼)의원 등 당내 초.재선 의원 중심의 '미래연대' 소속 당선자 13명도 '범(汎)李총재계' 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계파 개념 탈피, 중도" 를 선언했지만 개인적으로는 "李총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우호세력까지 포함할 경우 李총재는 80% 안팎의 지지세력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로선 강삼재 의원만이 총재 경선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김덕룡 부총재도 총재 경선에 나설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영 총무 등이 부총재직 경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따라서 경선상황이 전개돼도 李총재의 당권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영남권의 한 당선자는 "李총재 외에 대안을 찾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최상연.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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