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벤처 '성공 이르는 길'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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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둘러 보면 세상은 온통 벤처 열풍에 휩싸여 있는 듯합니다.

본래 벤처(venture)는 '모험' 이라는 뜻입니다.

비록 성공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새 기술을 갖고 산업화에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지요. 그렇게 벤처를 영위하는 주체는 벤처기업, 거기에 들어간 돈을 일컬어서는 벤처캐피털(모험자본)이라 부른답니다.

요즘 들어서는 벤처의 대부분을 인터넷이 차지하고 잇는 듯합니다.

최근 기술의 흐름을 읽게 하는 대목이지요. 그런데 그것을 두고 거품이니, 아니니 하며 논쟁도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그 해답은 아마 조금 더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나 주어질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벤처의 기본적인 사항은 이해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유명 가수.탤런트들이 줄줄이 벤처사를 직접 창업하거나 홍보.기획이사를 맡아 벤처사업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군요.

이는 연예인들을 영입해 광고효과를 높이려는 벤처기업의 '수요' 와 벤처사의 주식을 광고료로 대신 받고 자신들을 상품으로 내보이려는 연예인의 '공급' 의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요. 벤처와 연예인이 갖고 있는 속성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우선 벤처나 연예인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째, 뜨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10에 8~9는 됩니다.

셋째, 뜨더라도 성공을 위해 연예인은 끊임없이 인기관리를, 벤처는 기술개발을 해야 합니다.

이를 게을리할 경우, 연예인은 곧 참신한 후배에게 인기정상을 내주고, 벤처는 후발업체에 곧 기술우위를 내주는 숙명을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넷째, 그래서 사이비가 판을 칩니다. 연예인 지망생을 유혹하는 검은 손길이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최근 주식시장에는 벤처라는 이름만 붙여놓고 마구 투자자들을 모아 한탕하고 튀는 비도덕적인 사람들도 간혹 생기고 있습니다.

성실한 노력과 연구없이 '스타탄생' 의 일념으로 연예인을 지망하거나 벤처투자를 했다간 그야말로 '돈 잃고 마음 상하는' 일만 생긴다는 교훈을 남기는 셈이지요.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연예인과 벤처를 선망합니다.

거기엔 꿈과 환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일푼에 공부를 잘 못해도 성공할 수 있는 곳, 어렵고 힘들지만 성공하면 세상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연예인과 벤처는 한 몸의 다른 얼굴로 불릴 정도랍니다.

결국 연예인은 벤처 속성을 타고났고 이로써 그들은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광고료를 주식으로 대신 받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경제학 하나만 가지고는 풀 수 없는 것을 문화경제학적으로 접근하니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하지요.

특히 흔한 사회현상처럼 보이는 것에서도 재미있는 논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 여러분도 꼭 기억해두세요.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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