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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노동자 위해 예배장소 마련해 주겠다는 스님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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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호 31면

요즈음에는 사찰에 크리스마스 축하 현수막이 걸린다. 또 성당과 교회에도 부처님오신날 축하 현수막이 걸린다. 어느새 유행이 돼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다.

내가 본 영담 스님

근무하는 병원 가까이에 사찰이 있다. 이 사찰에도 역시 크리스마스 축하 현수막이 걸린다. 다른 점이라면 내처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세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찰의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에는 남다른 내력이 있다. 이 사찰에 크리스마스 현수막과 트리가 등장한 것이 꽤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국내 최초의 일이 아닐까 한다.

이 사찰이 석왕사이고 주지 스님이 바로 영담 스님이다.
나는 영담 스님에게 별명을 하나 붙였다. ‘깜짝 스님’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갑자기 하곤 해서 붙인 것이다.

지난가을에는 석왕사에 인명진 목사를 초청해 설교(?)를 들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즈음엔 그런 정도의 일은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석왕사 경내에 장례식장과 납골당을 만든 일도 그중 하나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석왕사에 장례식장이 생기면서 부천의 장례업계는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영담 스님이 ‘묻지마’식 장례비를 이른바 ‘착한 가격’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진통은 있었지만 이 일로 결국 부천의 장례업계는 전국에서 제일 양심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또 석왕사에서는 가끔 성가·찬송가가 들리기도 한다. 장례식장에서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들이 장례를 치를 때 성가·찬송가를 부를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석왕사 납골당도 한동안 화젯거리였다. 납골당과 스님의 거처가 벽 하나를 두고 붙어 있기 때문이다.

석왕사 경내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빼놓을 수 없는 얘깃거리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350여 명쯤 된다. 규모 면에서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히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얘깃거리는 따로 있다.

우선 타 종교를 믿는 부모들도 앞다퉈 아이들을 보낸다.
종교적인 강요가 없고 무엇보다 수영장과 사찰음식처럼 만든 자연식 급식이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수영장은 영담 스님이 직접 건설자재를 구매하고 공사 감독까지 했다고 하니 ‘깜짝’에 ‘꼼꼼’까지 보인 셈이다.

영담 스님은 또 한번 깜짝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교도인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석왕사에 예배 장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영담 스님이 그간 보여 준 실력을 볼 때 석왕사에서 알라를 예배하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 멀지 않을 듯하다.

깜짝 스님이 만들어 내는 깜짝 뉴스.

그 유쾌한 깜짝 뉴스를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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