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새얼굴 탐구] 1.여성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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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권자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산소 같은 정치를 해나가겠다. "

16대 국회에 진출한 11명의 여성 초선의원들은 의욕에 넘친다.

여야를 막론하고 "낡은 정치의 청산, 새 정치의 장래는 우리가 맡겠다" 는 의욕과 설렘이 그득하다.

패거리.계보정치로 대변되는 구태(舊態)를 청산하고 이른바 '생활정치시대' 를 여는 디딤돌이 되겠다는 포부에 차 있다.

한나라당 이연숙(비례)당선자는 "자민련이 17명인데 전체 여성의원이 16명이 되니 그만큼의 힘은 생긴 것 아니냐" 며 '여성파워' 가능성을 과시했다.

민주당 한명숙(韓明淑.비례)당선자는 "특히 지역구에서 3명의 여성 신인이 당선한 것은 유권자가 여성들에게 거는 기대를 반영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김경천(金敬天.광주 동구)당선자는 "그동안 정치와 시민생활에 선이 명확히 그어져 있었던 게 문제였다" 면서 "정치는 생활 속에서 살아 숨쉬는 공기와 같은 것인 만큼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38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그는 "시민운동을 하던 시절과 똑같은 초심으로 16대 임기 말까지 임하겠다" 는 다짐도 곁들였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이루는 데 의정활동의 전력을 쏟겠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 당내 민주화.경선체제 확립 등 남성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쟁점을 선점하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이들은 또 여성 기초의원 공천, 가족간호 휴가제.배우자 출산휴가제의 정착, 육아휴직 비용의 50% 국가 부담 등 일하는 여성을 위한 법 개정과 성폭력 친고죄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청사진까지 내놨다.

민주당 김희선(金希宣.서울 동대문)당선자는 "국민도 이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원하고 있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증명됐다" 며 "여성들이 용기를 갖고 지역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주력하겠다" 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김방림(金芳林.비례)당선자는 "여성 후배정치인 양성에 주력하겠다" 고 말했다.

이연숙 당선자는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문제만 다루지 말고 물가.소비자.생명문제 등 생활과 가까운 분야에 고루 포진해 전문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남성들이 소상하게 모르는 부분을 일깨워줄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각계에서 모여든 전문가가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의욕도 다양했다.

4.13 총선 때 민주당의 사이버선거를 지휘했던 허운나(許雲那.비례)당선자는 "국회에 들어가면 사이버문화연구소 같은 연구단체를 만들겠다" 며 "사이버시대라는 빛의 반대편에 생겨날 그림자(소외자)를 미리 방지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고 의욕을 보였다.

간호학 교수 출신인 같은당 최영희(崔榮熙.비례)당선자는 "성인.노인건강과 재활중심의 장애자 정책수립에 보탬이 되고 싶다" 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손희정(孫希姃).전재희(全在姬.이상 비례), 민주당의 장영신(張英信.서울 구로을)당선자, 민국당의 강숙자(姜淑子.비례)당선자 등은 여성기업인 육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방안 등을 16대 국회에서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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