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백두대간] 下.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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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생태계가 파괴된 백두대간의 산림 복원방법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중앙일보는 가장 적절한 복원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9일 삼척시청에서 산불현장을 살펴본 임업연구원 신준환(辛俊煥.산림생태과장)박사와 강원대 정연숙(鄭連淑.생명과학부)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정연숙 교수〓활엽수림이 빈약했던 과거에는 인공복원(조림)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녹화정책이 마무리된 요즘은 활엽수층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산림 구조가 됐다. 따라서 조림보다 자연복원이 돼야 한다.

▶신준환 박사〓영동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봄이 상대적으로 건조해 활엽수층이 잘 발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특히 삼척지역은 석회암지대여서 물이 스며들 수 없는 불투수층이다. 자연회복에만 맡기면 산사태 등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무조건적인 자연복원은 문제가 있다.

▶정〓대표적 석회암지대인 강원도 영월 장릉 소나무숲에 1984년 산불이 난 뒤 침엽수인 잣나무를 심었다. 14년 뒤인 98년 그곳에 다시 가보니 잣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떡갈나무.굴참나무 등 활엽수가 우점종으로 자라고 있었다. 이를 볼 때 석회암 지대도 자연복원이 가능하다.

▶신〓영동지역은 경사가 급하고 지피식생'(지표에 자라는 초본이나 목본)'이 약한 지역이다. 이같은 지형조건이나 지질.토양의 배수 체계.양분 등을 종합검토해 복원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정〓96년 고성산불 산림 중 자연 회복지에 대한 재생상태를 조사한 결과 불타기 전의 식생과 그 이후의 군집이 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백% 자연복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신〓자연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나무가 빨리 자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개발 측면에서 생태.경제.사회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정〓외국의 경우 생산임지에 불이 나면 조림을 하지만 공익임지는 그대로 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이같은 정책을 펴야 한다.

▶신〓산림자원이 풍부한 외국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공익임지의 경우에도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곳은 긴급 복구를 해야 한다.

▶정〓결론적으로 조림이 산림 토양을 교란시킬 수 있는 만큼 자연복원으로 가야 한다. 자연 그대로 둘 경우 30년 뒤면 피해지역도 종전의 활엽수림이 될 것이다.

▶신〓오히려 과다 밀식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로변과 숲을 잘 키울 수 있는 곳에만 우선적으로 조림을 해야 한다. 조림이 필요하더라도 생태계 보존이 필요한 곳은 자연상태로 둬야 한다.

정리〓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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