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감춰도, 눈물은 감출 수 없었다 … 탈북여성 북한 인권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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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감추려 푹 눌러쓴 모자는 흐느낌에 떨렸다. 짙은 선글라스 아래로 굵은 눈물 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 턱선에 맺혔다.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반(反)인도범죄 조사촉구 기자회견’에 나온 탈북 여성 김모(33·사진)씨는 북한의 수용소에서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겪었던 처참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며 오열했다.

중국으로 탈북해 한국 남자와 살다 체포되는 바람에 2003년 4월 강제 북송된 김씨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남조선 종자를 낳았다’며 벌을 세웠다”고 말했다. 또 “구류장에서 한 끼 식사로 죽을 줬는데 난 먹지 못하고 아들이 울 때마다 조금씩 입에 넣어주며 버텼다”고 당시의 악몽 같은 생활을 증언했다.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는 이날 고문·납치·공개처형·정치범수용소 운영 등 김정일 정권에서 폭압적 인권탄압을 당하거나 목격한 150명의 탄원서를 공개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7월 설립된 이 단체는 북한민주화위원회와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5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김정일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이란 슬로건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ICC에 제소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영종 기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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