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 의학전문위원에게 물어 보세요] 식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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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문> 89세된 할머니께서 석달전부터 식욕이 없으시더니 정도가 나날이 심해집니다.

밥도 한두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시며 생선.고기.달걀.기름진 음식은 통 못 드시고 겨우 물김치나 맑은 국만 몇술 뜨십니다. (경기도 군포시 손자)

<답> 할머니는 지금 '전신쇠약' 상태이십니다.

고령자가 갑자기 전신쇠약에 빠지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 등 감염병 때문입니다.

노인이 되면 몸에 병균이 침입해도 열도 안나고 별다른 증상없이 그저 입맛이 없어지며 전신이 가라앉기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는 면역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정상인은 균이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균과 싸우면서 열이 나지요. 하지만 이런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열도 나지 않습니다.

석달전부터 할머니 일상에 변화는 없었나요? 노인들은 딸집에서 아들집으로 거처를 옮긴다던지 하는 사소한 환경변화도 스트레스나 충격으로 작용해 우울증이 생기면서 식욕감퇴가 오곤 합니다.

노인은 전신쇠약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상에 드러누워 계시다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실 수 있으므로 하루 빨리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우선 혈액에서 단백질.알부민.임파구 등을 검사해 영양상태를 정확히 알아보고 감염병 여부도 확인해 봐야 합니다.

영양보충도 빨리 해드려야 합니다.

고기.생선 등은 위에 부담이 되므로 갈아서 죽으로 드시게 하세요. 최근엔 노약자를 위한 고단위 영양죽도 캔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종합비타민을 하루 한알씩 드리세요.

또 할머니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말동무가 돼 드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만일 영양부족이 심할 땐 1~2주 입원해서 링거주사로 영양보충을 해드려야 합니다.

◇ 문의내용을 정보과학부팩스(02-751-5627)로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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