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장애인과 '함께' 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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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장애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길에서, 전철에서, 학교에서, 공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슈퍼마켓 등에서 이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정상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들이 없거나 다른 나라에 비해 지극히 드물기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통계숫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와 거의 비슷하게 전체 인구의 2% 내지 10% 정도가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인이다.

우리가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정상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설과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길거리를 다닐 수 없고,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에 혼자서 갈 수도 없다. 장애인을 입학시켜주는 학교는 더러 있으나 이들을 위해 램프.엘리베이터.화장실 등의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공공기관이나 업체 등에서도 장애인들을 잘 채용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집에 갇혀 있거나 일정한 시설에 수용돼 그 안에서만 생활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마치 우리 사회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끼리만 생활하고, 그들끼리 모여 학교를 다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집에 갇혀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는 장애 청소년들이 수업 능력이 있는 한 보통 청소년들과 똑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학교에는 장애학생들이 휠체어를 타고 강의실은 물론 화장실.수영장.식당.도서관.운동장 등을 아무런 불편없이 다닐 수 있도록 시설과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도서관에는 점자로 된 많은 책자가 있고, 뇌성마비학생을 위해 노트필기 등을 대신해 주는 사람도 있다.

장애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앰뷸런스를 제공해 주거나 택시비까지도 대준다. 공공건물에도 이와 비슷한 시설이 갖춰져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등도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돼 있다. 슈퍼마켓 등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 아무런 불편없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들을 위해, 동시에 우리 모두를 위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에서, 일상생활에서, 직장에서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시설과 설비를 바꾸고 제도를 개혁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는 데에는 물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 첫번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총 1백35만명으로 이 가운데 89%가 사고 등에 기인한 후천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정상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은 정상인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장애가 극복못할 일은 아니다' 는 자신감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정상아들도 장애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이들을 놀리거나 모욕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도와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 급우들과 어울려 지낸 학생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포용력과 인간에 대한 연대의식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우리 모두를 위해 힘이 들지만 장애인과 정상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이 일을 함께 시작해 보자.

정종곤 <한양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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