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흑인·백인간 분쟁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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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국 BBC방송은 짐바브웨의 백인 농장주 1명이 독립전쟁참전전우회(ZNLWVA) 소속 회원들에 의해 피살됐다고 16일 보도했다.

BBC는 함께 납치된 4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짐바브웨에서 백인의 토지 몰수문제를 놓고 백인과 흑인간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처음 발생한 피살 사건이다.

흑인들은 이미 9백여곳의 백인 소유 농장을 무력 점거하고 있다.

짐바브웨에서는 현재 백인 4천5백여명이 전체 농지의 약 48%에 해당하는 1천1백만㏊를 소유, 최대 수출품인 담배를 재배하고 있다. 반면 흑인 농민 1백만명이 소유하고 있는 1천6백만㏊의 땅은 대부분이 황무지여서 농작물 재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짐바브웨에서 백인과 흑인간의 토지 소유권 분쟁은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정부가 백인들의 토지를 강제로 몰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영국은 1890년 짐바브웨를 식민지로 편입한 후 흑인들의 토지를 몰수, 자국민에게 헐값으로 분배했었다.

따라서 짐바브웨 독립정부는 이를 다시 몰수, 흑인 농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던 것.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80년 짐바브웨에 약 4백만파운드의 토지개혁 자금을 지원하면서 합법적인 토지소유권의 변경을 촉구했다. 그러나 짐바브웨 정부의 부정과 부패로 영국의 지원금은 흑인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97년 집권한 로베르토 무가베 현 대통령은 흑인들의 불만을 의식, 5년내에 15만 흑인 농민에게 5백만㏊를 분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50가구에 소규모의 토지가 분배된 게 전부고, 그나마 황무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의 '혼란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ZNLWVA가 중심이 돼 백인 농장주를 강제로 몰아내기 시작한 것. 그러나 백인들은 법원에 제소, 흑인들의 토지강탈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13일 받아냈다.

그러자 ZNLWVA는 오히려 백인 소유 토지에 대한 조직적인 강탈작업을 본격화 했다. 문제는 무가베 대통령과 경찰이 이들의 폭력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는 한 짐바브웨 백인들의 수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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