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신경전] DJ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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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은 14일 서영훈(徐英勳)대표 등 민주당 당직자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총선으로 바뀐 정국의 관리방안을 혼자서 검토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일정변경을 설명했다.

정국변화는 다름아닌 양당체제의 등장이다. 민주당보다 18석 앞선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을 다루기는 간단치 않다. 자민련의 퇴조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갈등을 완충해줄 '제3정파' 의 공간이 축소됐음을 의미한다.

金대통령은 출발부터 소수정권의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집권초기의 기세와 공천권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총선을 차기 정권에 맡겨야 하는 남은 임기3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金대통령의 선택카드는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 카드는 국회의 안정의석 확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金대통령이 강하게 밀고갈 대북 경협 프로젝트를 뒷받침해줄 수단(차관동의안 등)을 국회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의석 확보는 필수적이다. 금융개혁.공공부문 개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위적 정계개편(야당의원 빼가기)을 시도하다가는 "야당만 긴장시켜 단단하게 만들게

된다" (南宮鎭정무수석)는 점이 고민거리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총선의 기세를 몰아 반발하고 나설 경우 정국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당분간 호남쪽 4명의 친여(親與)무소속의원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선거부정 고소.고발사건과 병무비리 등 검찰권을 동원하는 것도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대신 청와대 참모들은 초당적(超黨的) 협조가 가능한 국민적 관심사로 정국쟁점을 선점(先占)하고, 여론을 몰아가려는 구상을 내비쳤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경제.사회개혁▶국민화합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 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金대통령은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같은 국정운영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다 민주당의 내부 정비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의 측근은 14일 "5월에 국회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면 그에 맞춰 당직도 개편해야 하지 않겠느냐" 고 확인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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