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SBS 재허가 심사 정치적 의도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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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상파 방송 사업자 재허가 추천 심사를 진행 중인 방송위원회가 KBS.SBS를 비롯한 9개사를 2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했다. 심사위 의견, 방송위 전체회의 의결 등 절차가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9개사로서는 일단 노란등이 켜진 셈이다.

2001년 방송위원회가 설립되면서 제도가 처음 시행됐지만 당시 지상파 방송은 서류심사라는 약식 행위를 거쳐 '무사통과'됐다. 이런 일들로 제1기 방송위원회는 '종이 호랑이'라는 비웃음을 샀다. 제2기 방송위는 법이 정한 대로 성역없이 제대로 심사하겠다고 나섰다. 방송위가 제대로 역할을 해 준다면 '방송 권력'이라고 불리는 막강한 지상파 방송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방송 현실을 보면 공영방송의 경우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편파 방송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방만한 경영이 계속 문제가 돼 왔다. 방송위가 제 역할을 해 준다면 이런 공영방송의 일탈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심사에서 공영방송의 이런 문제점 등이 제대로 지적됐는지 궁금하다. 일부 민방의 경우 법에 명시된 최대주주 소유지분 제한을 무시하고, 재허가 추천 때 제출한 이행계획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됐다. 민영방송 역시 이러한 지적을 시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심사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심사를 앞두고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다. 특히 SBS의 존립에 대해서는 여권에서 여러 말들이 사전에 유포됐다. 우리는 SBS가 이번 2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된 배경에 혹시 이러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예의 주시코자 한다.

특히 재허가 심사 사항으로 규정돼 있지도 않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같은 사항을 추천심사위가 참고할 경우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두고두고 방송위의 공정성과 신뢰에 먹칠을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방송위가 권력과 연계돼 일부 방송의 길들이기 수단으로 재허가 심사를 이용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