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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휩쓴 중국서 '과학적 훈련'본받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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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테네 올림픽에서 나타난 중국의 저력을 지켜보면서 중국 체육계의 중심에서 7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던 필자의 감회가 새로웠다. 중국이 거둔 성공의 이면에는 중국 당국의 의지와 체계적인 지원이 밑거름이 됐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에는 국가 체육행정의 전반을 관장하는'국가체육총국'이 있으며, 산하에는 업무 영역과 특성에 따라 12개의 국(局)이 있고, 그 중 '엘리트 스포츠국(競技體育局)'에서 엘리트 스포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국가대표 선수들의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하기 위한 '체육과학연구소'가 있다. 이곳에는 150여명의 연구인력과 9개의 영역별 실험실이 있다. 필자가 유학 초기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당시 수교도 없었던 한국의 3대 스포츠 일간지를 매일 분석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총 45개국의 엘리트 스포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의'체육과학연구원'에서 불과 10여명 안팎의 전문 연구인력으로 지원 업무를 하는 우리 실정에 비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은 또 16개 체육대학, 특히 국가체육총국 직속으로 있는 베이징(北京)체육대 등 6개 체육대학 교수진이 전문 영역별로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 직후 아테네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 준비작업에 들어가 2002년 11월에 '2001~2010년 올림픽 필승계획 요강'과 '2008년 올림픽 필승계획'을 수립, 공포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 육상.수영.조정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준비한 '119프로젝트'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10m 허들과 수영 100m 평형 금메달로 효과를 봤다. 그러나 119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주목을 끄는 사실은 선수가 포상을 받게 되면 지도자는 물론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한 과학자에게도 똑같은 액수의 포상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를 한번 둘러보자. 지금부터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특정 선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혹사함으로써 선수 생명이 단축될 뿐 아니라 후속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대부분 종목에서 선수층이 얇은 우리의 경우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 주기에 맞춘 국가대표팀 구성과 선수 선발 및 훈련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상비군.준상비군.청소년대표 등으로 다원화된 국가대표팀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로, 국내외 스포츠 행정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 및 각종 스포츠 관련 단체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감한 통폐합과 더불어 정부 내 스포츠 관련 행정 부서를 늘리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스포츠 과학화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지원이 늘어야 한다. 스포츠 과학자들이 과학적 훈련의 지원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분 보장과 충분한 재정 지원, 그리고 각종 장려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특정 종목, 특정 선수들만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세계 10위권보다는 과학적인 인프라와 스포츠 행정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선진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제호 남서울대 교수스포츠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