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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날씨속 투·개표 진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새 천년을 이끌어갈 선량(選良)을 뽑기 위한 16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개표가 13일 전국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14일 새벽까지 계속된 개표 결과 초반부터 전국 곳곳에서 여야 후보간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박빙의 접전이 벌어져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밤을 밝혔다.

방송국의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각 가정에서는 낮시간에 행사한 한표의 의미를 되새겼으며, 각 후보의 사무실에서는 후보를 비롯해 당원.지지자들이 모여 가슴을 졸였다.

또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 비치된 대형TV 앞에도 여행객과 행인들이 개표 상황의 역전.재역전의 드라마를 지켜봤다.

전국의 개표소에선 오후 7시쯤부터 부재자 투표함의 개봉을 시작으로 일제히 개표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허용되지 않던 출구조사 결과가 오후 6시 3대 방송사에 의해 일제히 발표되자 후보 진영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됐다.

출구조사 결과 뒤진 것으로 나타난 후보들은 "지난 총선 때 방송사 예측보도가 30여곳이나 틀렸다" 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개표방송을 시청했다.

이에 앞서 포근한 날씨 속에 각 투표소에는 한표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민의(民意)의 행렬이 이어졌다.

탈북자.비전향 장기수와 1백18세의 할머니, 상중(喪中)인 유가족, 그리고 섬 주민과 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까지 '4년간의 머슴' 을 뽑는 선거 축제에 참가했다. 대부분 가벼운 평상복 차림을 한 유권자들은 집 근처에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 마음속에 새겨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하며 귀중한 한표를 투표함에 넣었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신선한 정치' 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부 金성은(32.서울 강남구 청담동)씨는 "이 표 한장으로 올해 태어날 아기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다" 고 말했다.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학생 권태훈(20.서울대 정치학과)군은 "별로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포기할까 했지만 시민단체의 열성적 활동을 보고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소감을 밝혔다.

투표과정에서는 큰 소란은 없었지만 부산.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선관위 직원의 착오로 위원장 날인이 안된 투표용지가 발견되고 동명이인의 투표용지에 투표가 이뤄지는 등 작은 소동이 잇따랐다.

또 충북 음성군 원남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려던 成모(35)씨가 자신이 사기죄로 집행유예형을 받아 선거권이 없는 것으로 돼있는 사실을 확인, 행정상의 오류를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안내문이 제대로 부착돼 있지 않아 투표소를 찾는데 너무나 불편했다' '장애인과 노인을 생각해 1층에 투표소를 설치해야 했다' 는 등 항의가 잇따랐다.

갑호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한 경찰은 이날 전국 투표소마다 경찰관 2명씩을 배치, 투표소 주변의 질서문란 행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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