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뮬레이션]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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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나라당이 과반수 또는 이에 근접하는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하는 경우다.

▶장면1〓이때 호남과 수도권에서의 민주당세를 감안할 때 자민련은 상대적으로 약세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총선 이후 정치권은 양당체제로 들어간다.

공천 파동을 극복하고 승리를 이끌어낸 이회창 총재는 당내 지도력을 확고히 하고 사실상 단일지도체제를 수립할 것이다. 이부영.강삼재.강재섭씨 등 차기주자들은 합종연횡을 하더라도 '이회창 대세론' 을 흔들기 어렵게 된다.

▶장면2〓반면 민주당에서는 패전 책임론이 일어나 공천과 선거전을 주도한 동교동계와 비주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이 2년 반이나 남아 있어 당이 분열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인제.노무현.김근태.김중권.권노갑 등 차기주자와 중간보스들의 당권경쟁이 첨예화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크게 약화된다. 민주당의 차기 후보를 김대통령이 지명할 가능성도 낮아져 도전자 숫자가 늘어난다.

▶장면3〓한나라당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비호남지역 무소속을 영입하고 차기 대선에 대비, '반DJ연합' 에 자민련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민주당 역시 같은 노력을 하겠지만 정국 주도권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무소속 영입과 야당의원 빼내기로 국회의 다수의석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양당체제는 유권자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2002년 대선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장면4〓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양당체제를 일방적으로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남 중심의 지역당 성격을 완전히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개혁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재벌.정치.언론 등에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하지만 다수파 야당의 저항에 부딪쳐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김대중 정권 전반기 내내 공동정권 내부의 갈등요소로 작용했던 내각제 개헌론은 자민련의 약세와 이회창 총재의 절대적 거부로 사실상 정치적 종말을 맞는다.

정리〓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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