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119자동신고기 할머니 목숨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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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할머니 집 전화기 옆에는 119소방대가 설치해 놓은 작은 기계가 매달려 있다.

이 기계는 할머니처럼 홀로 살고 있는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설치해주는 장치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기계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119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된다.

얼마 전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을 때 우리 가족은 이 작은 기계의 덕을 크게 보았다.

할머니는 전화를 걸기 위해 수화기를 들려고 했지만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간신히 기계의 버튼만 누른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러나 곧바로 출동한 119 아저씨들의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후송된 할머니는 무사히 퇴원했다.

119로부터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간 엄마와 나는 정신이 없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후 119 아저씨들이 할머니를 찾아왔다.

건강상태.생활비 등을 자세히 물어보고 봉급에서 조금씩 모았다며 치료비에 보태라고 하얀 봉투까지 주고 갔다.

지금까지 소방관이라고 하면 불을 끄는 일만 하는 줄 알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아저씨들의 따뜻한 온정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희망과 사랑으로 다가왔는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해본다.

김세미 <전북 군산시 중동.군산중앙여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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