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장 노크하는 日신예 재즈뮤지션 도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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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일본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에 자리잡은 대형 음바매장인 타워 레코드. 어느날 이곳 재즈.블루스 음반매장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벌어졌다.

음반 진열장 사이에 놓은 10여개의 의자엔 음반을 사러왔던 손님들이 다소곳이 앉아있고 그 앞엔 한 젊은이가 서서 플뤼겔호른을 연주하며 노래까지 부른다.

순간 음반을 고르던 사람들의 시선과 귀도 그에게 쏠렸다.

일본의 신예 재즈 뮤지션인 도쿠가 첫 앨범을 내고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국내에서 신인들에게 드문 일이지만 일본에선 종종 신인 뮤지션들이 음반매장에서 '신고식' 을 갖는다.

도쿠는 올해 스물 일곱살. 록에 심취해 있으면 더 어울릴 듯한 이미지인 그가 척 맨지오니처럼 플뤼겔호른을 직접 연주하고 재즈곡을 능숙하게 소화해 낸다.

일본에 깊숙이 자리잡은 재즈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그는 노래를 전부 영어로 부른다. '시스터문' 과 '파라다이스 카페' '애프터눈 인 파리' …. 나지막하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곡 '인 서머' 엔 특유의 우울한 감성이 묻어난다.

어렸을 때부터 재즈를 사랑했던 아버지가 그의 뒤에 있었다고 한다.

아들의 손을 잡고 재즈 콘서트를 즐겨 찾았던 아버지. 어릴 때 마일스 데이비스 공연을 직접 본 그의 경험은 그냥 단순한 추억으로 머물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재즈에 젖어들 수 있었죠. " 중학교 때부터 밴드에서 코르넷 연주를 맡았고 고교시절엔 비틀스에 심취하기도 했다.

대학 때 친구가 연주하는 플뤼겔호른의 소리를 듣고 그 부드러운 음색에 반해 연주를 시작했고, 대학축제 때 그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프 아이 워러 벨' (If I Were A Bell)을 연주한 것을 들은 재즈 드러머의 권유로 재즈 클럽에서 활동하면 서 아티스트로 데뷔했다.

플뤼겔호른의 음색과 어울리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보컬과 핸섬한 외모로 데뷔하자마자 젊은 여성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도쿠. 그의 음반을 낸 소니사는 오랫만에 찾아낸 이 젊은 뮤지션을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상품' 으로 보고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칠 예정이다.

"악기 못지않게 목소리는 그것만으로도 본능적 감성을 호소하는 힘을 갖고 있다" 고 재즈송의 매력을 말하는 그는 "언젠가는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이게 나다' 하고 주장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그가 느끼는 재즈의 매력은 뭘까.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재즈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간단히 답한다.

일본 재즈계가 주목하고 있는 그의 데뷔 앨범 '에브리싱 쉬 새드' 는 곧 국내에서도 라이선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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