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판 돈뿌리기 막자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선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막판 돈뿌리기' 작태가 재현되고 있다.

어제 대구에서는 민주당 지구당원들이 반책(班責)에게 뿌릴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거나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 집계를 보더라도 향응이나 물품 제공은 빼고 순전히 현금만 주고 받다 적발된 사람이 어제까지 88명이나 된다. 음지에서 쉬쉬하며 진행돼 들키지 않고 넘어간 사례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자칫하면 투표일까지 남은 닷새 동안 사상 최악의 금품살포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선거법은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 읍.면.동 별로 3명까지로 제한된 선거사무원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선거운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사무소에 솥을 걸어놓고 국수를 끓여 제공하는 일조차 위법이다. 그러나 요즘 동네 골목마다에서 마주치는 '아줌마부대' 선거운동원들이 1백% 자원봉사자라고는 믿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유세장에서 지지후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동원된 청중도 마찬가지다.

선거운동 막바지의 무차별 금품살포는 이런 정도의 위법을 넘어 아예 돈으로 표를 사버리겠다는 악질범죄이자 민주주의 파괴행위에 속한다. 현행법이 돈을 주는 사람은 물론 받는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후보들이 뿌리는 자금에는 국민세금에서 나온 보조금도 포함돼 있다.

기본적으로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하겠지만 선관위나 경찰이 보다 철저히 감시해야 후보와 유권자의 '검은 담합' 을 막을 수 있다.

후보들이 서로 감시.견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일반 유권자들도 금품수수 현장을 목격하면 망설임없이 신고하는 고발정신을 발휘하길 권한다.

나아가 금품수수에 연루된 후보는 설혹 당선되더라도 신속한 재판절차를 거쳐 금배지를 바로 떼내는 조치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