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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 선거사령탑 24시간 밀착 취재] 6.이한동 총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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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오전 11시. 경기도 연천군 아미리, 임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려태조 왕건(王建)의 사당 숭의전 앞뜰. 검정색 제복 차림의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가 왕건을 기리는 제삿상 앞에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른다. 李총재는 王씨 후손들의 춘계대제(春季大際)에 초헌관으로 초청됐다.

총선 D-6일. 하루 5백㎞의 유세길을 달리는 李총재가 이날만은 반나절 일정을 숭의전 행사에 바쳤다. 李총재는 "천년의 시간 너머에 있는 고려태조를 만난다" 고 표현했다.

보좌진들은 "HD(李총재 영문 이니셜)의 왕건제사 참석은 중부정권 창출론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선거부수 효과를 기대했다. 숭의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전곡역 부근 李총재의 사무실 정문엔 '21세기의 왕건 이한동' 이라고 쓰인 대형그림이 걸려 있었다.

◇ 중부정권 창출론〓오후 3시, 연천 연락소에 도착한 李총재에게 골치아픈 현안이 '긴급' 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유세지원을 더 받으려는 서울 노원갑(백남치).부천 오정(이재옥).인천 연수(정한용)지구당의 SOS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 " 라며 작은 한숨을 쉬자, 한 측근이 "원래 총재가 출마하는 곳엔(다른 당에서)후보를 내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했다.

李총재의 지역구엔 민주당은 공천을 안했지만 한나라당이 그의 검사후배인 고조흥씨를 공천했다. 李총재는 "고얀 사람이야"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주변에선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 들였다.

서울 도봉을(乙)유세를 위해 되돌아가는 다이너스티 승용차안. 李총재는 다시 표정을 밝게 하며 "견훤이 무장이라면 왕건은 덕장이지. 궁예는 무장과 지장을 겸비한 영웅. 중부권 지도자 왕건이 후삼국으로 찢어진 민족을 통합했다" 고 구수한 입담으로 중부정권론을 피력했다.

◇ '체면을 세워야' 〓경기도의 간판을 자부해 온 李총재의 그런 꿈이 익기 위해선 총선에서 어느정도 체면을 세워야한다는 점을 측근들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자민련이 힘을 발휘하는 곳은 李총재 지역(연천-포천)이외에 평택을(허남훈).구리(이건개).오산-화성(박신원) 등 손을 꼽을 정도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런데도 李총재는 "무슨 소리냐, 10석은 훨씬 넘어야지…. 보이지 않는 보수층의 자민련 지지표가 나타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충청권과 수도권을 역할분담해 나눠돌고 있는 김종필 명예총재와 李총재는 이번 주에 들어선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JP는 충청권 24석중 20석, HD는 서울.인천.경기에서 10석을 얻는 목표로 '막판 바람몰이 경쟁' 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 "적(敵)이 없다" 〓李총재 측근들이 자수 쓰는 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대해서만은 예외인 것 같다. 두사람은 1963년 서울지법에서 한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했다. 한나라당 공천파동 때 그는 "이회창 총재는 성격이 찬 사람" 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밤 10시. 서울 중랑갑의 마지막 거리유세와 설렁탕으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집에 귀가했다. 곤색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2층 거실에 설치된 러닝머신에서 30분쯤 뛰고 있는데 부인 조남숙(趙南淑.64)여사는 남편대신 뛴 포천에서의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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