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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현장을 간다] 장터로 나이트클럽으로 표심순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4.13총선 선거운동이 중반전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장터.나이트클럽 등 '표' 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 다니며 민심잡기에 온 힘을 쏟았다.

<서울>

○…3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공원에서 개최된 민주당 중구지구당 정당연설회장에선 주최측이 행인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행사장 앞에 미니스커트 차림의 20대 여성운동원 2명을 배치했다. 이들이 '페스티벌' 등의 노래에 맞춰 멋진 테크노댄스를 선보이자 길가던 청년 10여명이 따라 추기도 했다.

또 개그맨 최고봉씨 등 연예인 3명이 정대철 후보에 대한 코믹한 지지 발언으로 청중을 즐겁게 했다.

○…양천구 신정6동 양천공원에서 펼쳐진 민국당 양천갑 지구당 정당연설회에서 김상현 최고위원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를 인용, "로마인이 천년 제국을 유지한 것은 포용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한국 정치에는 포용력이 없다" 며 "이는 3당 총재가 지역감정을 이용해 분열시켰기 때문"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동수 후보는 "한나라당과 민국당은 뿌리가 같다. 콩과 콩깍지는 같은 뿌리에서 낳는데 이다지도 콩을 못살게 구는가" 라며 '삼국지' 의 한 대목을 빗대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이날 민국당 양천갑 지구당 관계자들은 조순 대표 최고위원 얼굴을 본떠 만든 가면을 청중들에게 나눠주고 '민주당은 3매(매국.매민.매남)정권, 한나라당은 3비(비인간.비민주.비수권)정당' 이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걸어 놓아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은평을 이석형 후보는 불광동 불광터미널에서 있은 정당연설회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국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 며 맹공.

李후보는 연설 중간중간 "한나라당은 사사건건 DJ정권의 발목을 잡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리당략을 추구했다" 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李후보는 이어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을 위한 국정개혁 시기였다면 남은 3년은 경제도약기로 내가 여기에 일조하고 싶다" 며 한 표를 호소했다.

<호남>

○…무소속 오정례(전주 덕진)후보는 젊은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아 선거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吳후보측은 선거운동기간 중 매일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우아동.중앙동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며 자연스럽게 선거운동을 한다는 전략이다. 吳후보는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이미 테크노댄스까지 배웠으며 기회가 되면 무대에서 춤솜씨도 발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전주 완산의 민주당 장영달 후보는 고사동 새하나백화점 앞에서 부패 근절을 위한 퍼포먼스를 열었다.

선거운동원 5명이 출연해 '부패방지법 제정' 이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 뒤에 '부패' '뇌물' '특혜' 등 각종 부패정치인으로 변장해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면 張후보가 '부패방지 망치' 로 때리는 내용.

張후보는 "국민이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권의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16대 국회에 들어가 '부패방지법' 을 만들겠다는 다짐에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 고 밝혔다.

<충청>

○…충북의 총선 후보들은 장날인 3일 치열한 장터 유세전을 펼쳤다. 청원군 오창면 파출소 앞 장터에선 청원의 홍성각(한국신당).오효진(자민련).신경식(한나라당).정종택(민주당).김기영(무소속)후보가 차례로 나서 장보러 온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충주시 엄정면 장터에서도 한창희(한나라당).이원성(민주당).김선길(자민련).윤병태(무소속)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유권자들을 상대로 악수세례를 펼쳤다.

<영남>

○…얼굴 사진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장미꽃 사진을 배치한 선거벽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 수성을 무소속 남칠우 후보는 선거벽보에 장미꽃 사진을 넣고 얼굴 사진은 오른쪽 밑에 조그맣게 배치했다.

벽보의 문구도 '바로잡겠습니다' (한나라 윤영탁), '시민의 힘으로 정치개혁을' (민주 이원배), '조국과 민족 대구수성을 위하여' (자민련 박구일),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 (무소속 이진무)과는 달리 '젊고 뜨거운 가슴에 장미꽃을 달아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라고 적었다.

<제주>

○…제주 봉개동 '4.3사건' 52주기 위령제에 제주지역 대부분의 후보들이 참석해 당시 희생자의 유족들을 위로하며 선거운동을 펼쳤다.

일부 후보들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말 제정된 4.3특별법이 앞으로 운용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정되도록 노력하겠다" 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 梁모(58)씨 등은 "총선운동 기간과 4.3행사가 겹쳐서인지 총선 후보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은 보이지만 이제 겨우 법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실제 관심은 없는 것같다" 고 꼬집었다.

<경기>

○…3일 오전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판교톨게이트 앞에서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민주당 강봉균 후보측과 한나라당 고흥길 후보측 운동원들 사이에 '소리'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들 운동원은 톨게이트 입구에 나란히 유세차량을 세워놓고 로고송을 크게 틀어놓아 출근길 시민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조차 못했다.

회사원 李모(35)씨는 "너무 시끄러워 어느 후보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솔직히 출근길에 짜증만 났다" 며 "선의의 경쟁으로 건전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해야 유권자들도 호응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4.13총선 기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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