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뚱뚱한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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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여년전 비슷한 시기에 미국 플로리다와 뉴햄프셔에서 30대의 두 뚱보가 각각 법정에 선 일이 있었다.

체중이 3백86㎏이었던 플로리다의 뚱보는 크레디트 카드 사기단에 가담한 혐의였고, 역시 3백80㎏을 오르내렸던 뉴햄프셔의 뚱보는 그의 비만증으로 인한 여러 건의 사고가 원인이었다.

이들은 기소단계에서부터 희비극을 연출했다. 우선 플로리다 뚱보의 경우 그곳 경찰서에 그의 비대한 몸집이 자유롭게 드나들만한 출입구를 가진 유치장이 없어 불구속으로 재판받는 '행운' 을 누렸고, 뉴햄프셔 뚱보는 뚱뚱한 것이 죄가 돼 결국 옥살이를 해야 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플로리다 뚱보를 수용하기 위해 그곳 교도소는 특별 감방을 마련해야 했다.

한편 비만증 때문에 여섯차례의 교통사고를 내는가 하면, 계단을 오르다 계단이 무너져내려 여러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뉴햄프셔 뚱보는 체중을 줄여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풀려났으나 그의 식욕은 그 이후 더욱 왕성해져 마침내 4백㎏을 돌파하고 사고도 빈발하자 그는 꼼짝없이 철창에 갇혀 강제로 살을 빼게 됐다.

그처럼 비만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본의든 아니든 이런저런 희비극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비만의 원인은 여러가지지만 일단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의학계에서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곧 '신체질량계수법(BMI)' 으로 비만도를 측정한다.

보통 BMI가 25를 넘으면 건강에 부담을 준다고 보며, 25~30 사이는 가벼운 증상, 30~40의 수준이면 중간 정도, 그리고 40이 넘으면 고도의 건강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병역을 치르기 위한 신체검사에서도 비만증은 면제 대상이 되며 어떤 나라든 군인들에 대한 정기 비만도 측정으로 뚱뚱한 군인들을 걸러내는 게 관례화 돼있다.

요즘 국회의원 입후보자와 그 아들들의 병역문제에서도 비만증으로 면제받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으며, 군 내부에서는 장기 하사관 이상 대령급까지의 군 간부들이 뚱보라는 이유로 '퇴출' 당하지 않기 위해 살을 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간간이 뉴스에 등장한다.

한데 최근 말레이시아의 비만연구협회가 각국의 보건 담당부서 자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20.5%가 과체중자로서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권태.슬픔.걱정 때문에 과식을 하는 것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이 보고서의 해석을 인정한다면 슬픔이나 걱정 따위도 아시아에서 두번째라고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뚱보들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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