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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환경] 1.환경문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나-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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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환경학자 레이철 카슨 여사가 쓴 '침묵의 봄' 은 제초제나 살충제로 물고기와 새들을 죽게 했고, 인간의 무분별한 과학기술 사용이 새들이 울지 않는 봄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프레온가스도 초기에는 인간이 만든 획기적인 가스로 큰 각광을 받았지만 몇십년 지나지 않아 오존층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물질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아직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아 그렇지 과학기술로 인해 훨씬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인간이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이 개발될 당시에는 잠깐동안 큰 이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그 편안함의 수십배 재앙으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나 핵무기.유전자 조작식품이나 인간유전자 지도의 작성도 생명의 질서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예다.

환경위기는 오늘과 같은 과학기술중심 사회에서 그 원인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중심 사회는 인간중심적 이성과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한 사회며 그것은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해석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초래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과학기술중심사회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 중심의 문제해결은 차선적 선택이어야 하며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

그 이유는 우선 과학기술지향적 환경문제 해결은 그 근본문제보다 오염처리라는 표피적 해결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을 막기 위해 기술적인 노력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오염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오염을 유발하는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로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유보할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결해야 할 시간을 놓쳐버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거나 기껏해야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지향적 해결은 환경위기를 초래한 현재의 물질적 풍요와 경제성장의 편안함을 지속하고 싶어하며 한치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고를 전제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고 양(量)중심적인 가치관,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사회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메시지다. 그러한 현대산업사회 문제가 약한 고리인 환경오염의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에 사는 세계 20%의 인구가 전세계의 화석연료 약 83%를 소비하고 있다. 전지구적인 온난화 문제는 바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미국처럼 사는 것이 옳은 일이라면 중국의 13억명 인도의 10억명도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며, 그 경우 위기 곧바로 현실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환경문제는 현재의 삶이 더 이상 자연적인 것이 아니며, 자원이 무한하다는 잘못된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모든 가치관의 전환을 강제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환경적 해결은 긍극적으로 작게 소비하는 것, 자발적인 청빈, 주체적인 가난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내용이며 친생태적인 사회의 근본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환경의 해결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삶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전환이라는 근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대책도 실은 개량주의며 표피적인 것이고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지향적 사고에 연결돼 있는 것이다.

유정길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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