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당, 연정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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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쿄〓오영환 특파원] 일본의 보수 정당 양대산맥인 자민당과 자유당의 연립이 1년3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그동안 연정 탈퇴를 위협해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자유당 당수는 1일 자민.공명.자유의 3당 당수회담을 갖고 안보.복지분야 정책 합의사항을 실행하면 연정에 남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인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이에 난색을 표하고 오히려 연립 해소를 먼저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일본 여당은 자민.공명당과 자유당 탈당인사들이 만드는 신당의 새 3당 연립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당 소속의원 50명 중 노다 다케시(野田毅)전 자치상 등 연정 잔류를 희망하는 10~20명이 자유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결성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정탈퇴 이후 자유당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당의 세력이 미미해 연정은 사실상 자민.공명당의 2당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3당 연정이 깨진 표면적 원인은 안보.복지정책을 둘러싼 자민.공명당과 자유당간의 대립이다. 자유당은 자위대의 다국적군 후방지원 참가와 의료보험 개혁안을 6월까지의 정기국회서 처리할 것을 요구해왔다. 오자와는 1일 당수회담에서도 이를 되풀이했다.

올 10월 이전에 치러질 차기 총선을 앞두고 정책 정당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자민당은 적극적 안보론에 소극적인 공명당 입장과 재정문제를 들어 연정 해소 결단을 내렸다. 자민당으로선 자유당보다 중.참의원 모두 의석수가 많은 공명당을 중시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는 별도로 연정이 깨진 실질적 이유는 자민.자유당간의 차기 총선 협력 문제가 삐걱거렸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이라는 얘기다.

소선거구제 아래서 같은 보수 정당인 자민당과 싸워야 하는 자유당은 공천 양보를 비롯한 자민당의 협력이 절실했다. 하지만 자민당은 '내 코도 석자' 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오자와는 두 당이 합당하는 보수신당 카드도 들고나왔다. 자민당은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1993년 자민당을 뛰쳐나간 오자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자민당이 서둘러 연정을 해소한 것은 정국불안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자유당의 이탈로 오부치 총리는 정국 운영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중의원에서의 안정의석은 유지하지만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겨우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자와가 펼칠 반여당 공세도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커진 공명당에 끌려다닐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자유당이 빠진 새 연정은 보수적 색채가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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