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촌지' 옷 벗은 농림차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00만원의 현금을 받은 현직 차관이 옷을 벗게 됐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노무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고교 선배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된 김주수 농림부 차관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지난 10일 오후 2시쯤 자신의 집무실에서 농림부 유관기관 부장으로 근무하는 고교 선배 김모씨로부터 "골프 비용이나 하라"며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김 차관은 돈을 받은 지 약 두시간 뒤 추석을 맞아 무작위 단속활동을 펼치던 총리실 정부 합동단속반에 금품 수수의 꼬리가 잡혔다.

청와대 측은 "김 차관은 당초 '돈인 줄 모르고 받았으며 추후 돈인 것을 확인하고는 돌려주려고 했다'고 단속반에 진술했으나 여러 정황상 명백한 '금품 수수'의 혐의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돈을 건넨 선배가 농림부의 유관기관 직원이라 포괄적 업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돼 김 차관은 결국 사표를 제출해야 했다.

청와대 측은 김 차관의 금품 수수가 어떻게 단속반에 포착됐는지에 대해서는 "차후 단속 수사의 기법이라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돈 100만원을 받고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게 된 김 차관은 농림부의 식량정책 심의관, 유통.축산.농업정책국장.차관보를 지낸 정통 농정관료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쌀 재고 부족 문제를 해결한 것을 비롯, 2000년에는 구제역 파동을 무리 없이 수습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올 1월 차관으로 승진했다. 결국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최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