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교통사고로 다친 개 관공서마다 처리 떠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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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전 경기도 부천시 모 은행 역곡지점 앞에서 개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했다. 너무나 갑작스런 순간이었고 개를 친 차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도로 한복판에서 울부짖는 개를 한 승합차 운전자가 인도로 옮겨놓고 가버렸다. 인도로 옮겨진 개를 보고 집으로 가려고 했으나 도저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여기저기 전화로 개의 사고처리를 부탁했다.

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더니 "지금 불이 나서 바쁘다. 그런 일에는 갈 수 없으니 시청으로 연락하라" 고 말했다. 그래서 부천시청으로 전화했더니 "관할 동사무소로 연락하겠다" 고 말했다.

그래서 동물구조단체에 전화를 걸었으나 "현재 부천까지 출동할 대원이 없으니 관할 시청 지역개발부로 전화해 보라" 고 말했다. 다시 시청 지역개발부에 전화를 했더니 동사무소에 연락해뒀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10여분을 기다려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 다시 동사무소에 여러번 채근 했다. 결국 사고 후 50여분이 지나서야 개를 병원으로 옮겼다.

사람이나 개나 교통사고로 인한 고통의 깊이는 똑같을 것이다. 서로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여기저기로 일을 떠맡기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서 씁쓸하기만 했다.

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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