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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부산 사격장 1번 사대서 폭발성 화재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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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9일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사격장 내에 있던 8개의 CCTV 중 고장 난 1대를 제외한 7대의 화면이 ‘CCTV와 연결된 컴퓨터 하드웨어 복구’에 따라 상당 부분 복원됐다”며 “격발장의 1번 발사대(그림 참조)에서 폭발성 화재가 발생해 외부로 불길이 뻗어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CTV는 발화 직후 완전히 작동을 멈췄다. 부산에 차려진 수사본부는 30일 화재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는 “격발장 안에는 화약가루, 먼지로 보이는 불에 타기 쉬운 ‘화학적 찌꺼기’가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스파크나 불꽃’이 옮겨붙을 수 있는 물질이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또 “불이 날 당시 격발장에는 사람이 없었고, 누전을 일으킬 만한 전기 장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손님들이 사격을 마치고 발사대를 빠져나간 직후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격 당시 분진 등에 옮겨붙은 불이 잠시 후 크게 확산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2차 현장감식 직후 휴게실 소파를 발화 지점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3차 감식 이후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은 발사대로 바뀌었다. 발사대 출입문이 안에서 밖으로 밀려 휘어져 있던 점, 문의 안쪽 잠금장치가 훼손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생존자인 일본인 가사하라 마사루(笠原勝·37)도 “격발장 안쪽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발화 지점과 발화 형태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아 방화설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면 복원으로 화재 원인에 상당히 접근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는 “이번 불은 2006년 4월 발생한 서울 반포 사격장 화재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CCTV에는 ‘손님이 사격을 한 뒤 3~4초 뒤 불길이 허공에서 급격히 번지는 장면’이 포착돼 있다. 이에 대해 경찰과 전문가들은 ‘바닥에 쌓여 있거나 공중에 떠오른 화약가루에 불꽃이 튀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두 사건 모두 ‘사격 직후 발사대에서 불이 시작돼 폭발성 화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폭발성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플래시오버(flash-over)’ 현상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전문가는 “잔류 화약 등에 의해 발생한 불이 방음제 등 가연성 물질로 가득 찬 격발장의 벽과 천장으로 옮겨붙었고, 이로 인해 밀폐된 공간이 열과 가스로 가득 찼을 것”이라며 “수백 도 이상 치솟은 내부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강력한 화염이 출입문을 부수듯 치고 나와 빠르게 번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격발장 밖으로 번진 불은 ‘백드래프트(backdraft·역류)’로 인해 또다시 휴게실을 휩쓸었을 가능성이 크다. 백드래프트는 외부에서 공기(산소)가 유입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불이 번지는 현상이다. 격발장 밖으로 확산된 불이 공기 유입으로 인해 재차 크게 번져나간 것이다.

사건 직후 국과수에는 법의학·영상·총기·화재·전기·소방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화재 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들을 분석해 왔다. CCTV 복원도 국과수의 영상분석팀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관계자는 “부산에서 가져온 시료들이 화재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면밀히 조사했다”며 “분석 보고서를 부산에 가져가 현장 상황과 다시 따져본 뒤, 현지 경찰·전문가와 논의해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사격장 화재로 일본인 10명, 한국인 5명 등 15명이 사망했다. 27일 일본인 부상자 2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사망자가 늘었다.

강인식·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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