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뇌혈관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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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질환 치료에도 빠른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

뇌혈관의 대표적인 질환은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거나 꼬여 있는 기형, 그리고 혈관이 막혀 있는 뇌동맥 경화다. 과거 같으면 머리를 여는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혈관을 따라가는 선을 집어넣는 시술로 환자의 수술부담을 크게 줄였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소장 백민우 교수)가 다음 달 5일 ‘뇌혈관 시연 심포지엄’을 열어 뇌혈관 치료의 첨단 기술을 선보인다.

이번에 소개되는 ‘오닉스’는 뇌혈관 기형의 치료성적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오닉스는 혈관이 수세미처럼 뭉쳐 있는 기형에 사용된다. 이런 기형을 가진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경련 발작이나 뇌출혈을 일으키고, 생존을 해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발생빈도는 높지 않지만 뇌혈관 치료의 모든 기술이 동원돼야 할 정도로 난치다.

액체인 오닉스는 피와 섞이면 곧 굳어 뇌혈관 기형을 막는다. 한두 번 만에 혈관기형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기존 물질에 비해 성공률이 높다. 2007년 국내에 도입돼 뇌혈관기형 색전술에 경험이 풍부한 10여 곳의 병원에서 시술되고 있다.

뇌혈관에 스텐트(그물망)를 장착하는 ‘머릿속 스텐트 성형술’도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뇌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혈전(피떡)으로 막힌 사람에게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그물망을 넣어 혈관을 확장해 주는 것이다.

현재 외국에서 풍선형(풍선을 집어넣어 혈관을 넓힌 뒤 스텐트를 삽입)과 자가확장형(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스텐트를 넣어 좁아진 부위에서 펴지도록 유도)이 개발돼 있지만 아직 국내에 도입되진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내에선 심장에 사용하는 스텐트를 활용한다.

백민우 교수는 “뇌경색이 있을 때 약물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안전하고 간편한 기구가 도입되면 뇌경색 발생을 예방하는 수술법으로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릿속 스텐트 성형술은 부천성모병원이 1998년 국내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400여 환자에게 시술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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