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골절·출혈 … 응급상황 때 잊지말아야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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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구조요원들이 의식불명 환자에게 안전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언제 어디서건 응급 상황은 누구에게나 불시에 찾아올 수 있다. 이 분야 전문가였던 전범석 교수처럼 완벽하진 않더라도 평상시 응급상황을 가정하고 대처법을 생각해 두면 만약의 상황에 부닥쳤을 때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은 피할 수 있다. 화상·골절·출혈 등 응급 상황 시 가장 중요한 일은 당황하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응급조치를 취한 뒤 최단 시간 내에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화상 땐 찬물에 식히는게 최우선

겨울철 빈발하는 응급 상황인 화상. 통상 70도 이상 온도에 피부가 닿으면 조직이 즉시 손상되면서 화상을 입는다. 화상 환자가 발생하면 당황한 마음에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향하기 쉽다. 하지만 화상에 의한 피부 손상은 어떤 온도에, 얼마나 접촉했는지에 달려 있다.

화상은 ‘현장’에서의 응급 처치, 즉 화상 부위를 곧바로 수돗물에 ‘30분’ 담가 손상 조직의 열기를 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각종 화학물질이 분비되면서 조직 손상이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상을 입은 부위가 넓더라도 동일한 방법, 즉 곧바로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혀야 한다. 일단 찬물로 진정한 후엔 아무것도 바르지 말고 깨끗한 타월로 감싼 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된장·간장을 바르는 등 민간 요법은 절대 금물. 시중에서 파는 연고도 바르지 말자. 화상 부위에 막을 씌워 병원 치료약의 침투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

골절 땐 부러진 부위 고정해야

넘어지거나 굴러 골절을 입었을 땐 부러진 부위를 고정하는 게 급선무다. 가장 위험한 행동은 목이나 척추를 다친 환자를 빨리 구조하려고 무리하게 들것으로 이송하거나 차 안에 밀어 넣는 행동이다. 손상이 가중되면서 평생 불구로 남기 쉽다. 따라서 몇 분 늦더라도 119에 전화를 해 헬기나 구급차로 후송해야 한다.

골절과 동시에 피부에 상처가 났다면 출혈과 감염 가능성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멸균 거즈나 패드로 덮고 압력을 가하는 게 해결책이다. 골절은 응급수술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금식은 기본이다.

의식불명 환자는 기도 유지하도록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은 척수가 손상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함부로 옮기지 말아야 하며, 흔들지 않는다. 물론 세우거나 앉히려 해서도 안 된다. 의식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귀에 대고 큰소리로 얘기하거나 손등을 꼬집어 보는 방법이 좋다.

의식 없이 얼굴을 위로 한 채 누워 있는 부상자는 기도(숨길)를 열린 상태로 유지하는 근육이 조절능력을 잃는다. 따라서 이때 환자의 턱을 들어올리고, 머리를 젖혀 기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우선이다.

피 흘리는 환자 지혈 땐 머리 낮게 둬야

출혈은 지혈과 쇼크 예방이 첫째다. 지혈은 일단 옷을 벗겨 상처 부위를 노출한 뒤 깨끗한 헝겊이나 패드로 힘껏 눌러야 한다.

이때 지혈 압박대는 조직을 손상시키거나 출혈을 심하게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 것. 또 지혈할 때 손상 부위는 단단히 패드로 감되 사지의 혈액공급이 차단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쇼크방지를 위해 누른 힘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손상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 받쳐 주며, 쇼크 방지를 위해 환자의 머리를 낮게 하고 다리를 올려준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서길준 교수,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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