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약 58개사 분석… 공모기업 실적 부풀리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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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증권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공모주 청약을 받을 때 제시한 기업 추정 실적에 '거품' 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사의 추정치를 순진하게 믿고 공모주에 청약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셈이다.

29일 본지가 지난해 10월 이후 공모주 청약을 받은 기업 중 58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주간 증권사의 추정치보다 적게 나온 기업이 절반(29개사)에 달했다.

이중 추정치와 실제 순이익이 10% 이상 차이가 나는 곳은 24개사나 됐다.

매출액의 경우도 추정치가 실제 결과보다 적은 곳이 28개사나 됐으며, 10% 이상 적은 곳은 13개사였다.

주간사의 추정 실적은 해당 기업의 공모가격을 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추정치가 실제보다 높으면 공모가에 '거품' 이 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선 더 싸게 살 수 있었던 공모주를 비싼 값으로 사게 된다.

유리 등에 김서림 방지용 액체를 생산하는 벤트리의 경우 주간사인 동양증권은 76억원 매출에 7억6천만원의 순이익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40억원 매출에 3억1천만원의 순이익에 그쳤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중국에 수출 주문을 받아놨던 것이 바이어의 단가 인하 요구로 차질이 생기면서 예상과 실제 결과에 큰 차이가 생겼다" 고 해명했다.

채권 추심업체인 서울신용정보의 경우도 주간사인 SK증권은 16억원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8억원에 그쳤으며, 섬유업체인 혜중실업의 경우도 현대증권은 36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실제 회계결산에선 22억원의 이익밖에 내지 못했다.

이밖에도 택산전자(주간사 하나증권).도원텔레콤(한화증권).동미산업(일은증권)등도 회계결산을 마친 확정치와 주간사의 추정치간에 차이가 크게 났다.

증권사의 한 기업공개 실무관계자는 "공모를 하려는 기업이 많을 경우 모든 회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며 "담당자나 주간증권사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실적 부풀리기의 경우 고의성이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는 한 처벌하기 어렵다" 며 "다만 올해부터는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 주간사가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사들이는 시장조성 의무가 있기 때문에 증권사 스스로 자제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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