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 득표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극동지역 투표함부터 개봉된 초반 개표에서 푸틴은 예상보다 강한 주가노프의 지지세에 밀려 1차 투표 당선에 필요한 50%선에 약간 모자라는 45%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지역이 모스크바에 가까워질수록 꾸준히 높아져 27일 새벽 2시(현지시간)쯤부터 50% 벽을 깨고 당선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푸틴의 이같은 득표율은 강력한 러시아 재건과 강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주장에 러시아 국민이 열광적으로 동조, 압도적인 표로 힘을 실어 줄 것이란 푸틴측의 당초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공산당의 주가노프가 30% 가까운 득표율로 강세를 보인 점은 푸틴의 지나치게 압도적인 승리에 반감을 가진 러시아인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이 38% 정도를 득표해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고 공언해 왔던 주가노프 당수는 "공산당이 얻은 표가 40%를 넘는데도 정부가 투표결과를 조작했다" 며 벌써부터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한편 '정책으로 승부하자' 며 중산층 개혁파를 상대로 막판 추격전을 벌였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는 다른 후보 한명의 지지성 후보사퇴에도 불구하고 5%대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쳐 다시 한번 "말만으로는 어렵다" 는 러시아 정치현실의 두터운 벽을 절감했'다.

푸틴은 '체첸 테러범 섬멸작전' 을 통해 강력하고 행동적인 이미지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말기의 불확실성과 건강악화에 싫증을 느낀 러시아인들을 사로잡았다.

알렉세이 주진 러시아 정치학정책센터 소장은 푸틴의 인기 배경으로 ▶1998년의 경제위기▶러시아 의견을 무시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고공습▶모스크바 등지의 아파트 폭탄테러 등으로 상처를 입은 러시아에 푸틴이 힘과 의지를 갖춘 인물로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