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비' 안재모, "오래 기억되는 '국민배우' 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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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KBS1 주말 사극 '왕과 비' 가 26일 1백86회로 막을 내렸다.

'용의 눈물' 후속으로 1998년 6월 첫선을 보인 이래 거의 2년만의 일이다.

대단원의 종지부는 연산군의 죽음이 찍었다. 폐왕으로 전락해 귀양지에서 쓸쓸하게 죽는 모습이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의 무상함을 일깨웠다.

수양대군의 집권과 인수대비의 득세에 이어 이 드라마의 후반을 장식한 인물이 연산군이었다.

어머니(폐비 윤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극도로 광포해지는 그의 패륜행각은 보는 이의 비위를 거슬리게 할 정도로 과도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역할을 맡은 안재모(21)는 브라운관에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리얼하면서도 힘있는 연기, 준수한 외모는 대어급 신인 연기자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고루 갖췄다는 평이다.

올해 21살의 안재모. 단국대 연극영화과 휴학 중인 그는 연기경력 5년차로 '벼락스타' 는 아니다.

드라마와 연극.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이곳저곳을 넘나들었지만 그 자신이 "한단계 한단계 착실히 명예를 쌓아가는 '국민배우' 가 되고 싶다" 고 밝힐만큼 반짝하는 스타보다는 장수하는 연기자의 길을 선호한다.

안재모는 1백64회부터 '왕과 비' 에 모습을 보였다.

'용의 눈물' 에서 충녕대군 역을 맡아 그에게 사극이 낯설지는 않았으나 '왕과 비' 는 "육체.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될 정도로 집중력을 요구한 드라마였다" 고 말했다.

그가 밝히는 연산군에 대한 인물평. "처음에는 잔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할에 몰입하다보니 그 인물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생겼다. 성정이 포악한 것도 어찌보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안재모는 연산군이 여태까지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 라는 두 글자를 남기고 죽는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안재모는 다음달부터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박우상 감독이 연출하는 '제이슨 리' 로 일본인 마피아 보스 겐 미호 역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유승준과 연기 대결을 벌여야 할 판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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