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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잇단 사퇴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갑현(李甲鉉)외환은행장과 신억현(辛億鉉)서울은행장대행의 전격사퇴가 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2차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이어서 국내 은행장들이 느끼는 '불안지수' 는 치솟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시장자율' 이란 전제를 붙여놓긴 했지만 연일 ▶우량은행간 합병은 바람직하며▶부실은행간 합병은 허용할 수 없다는 등의 구체적인 합병방침을 흘리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과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잇따른 강연을 통해 "은행 개혁엔 행장의 역할이 크다" 며 "자리보전을 위해 뛰어다니는 은행장은 물러나야 한다" 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끝을 모르는 주가하락도 은행장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1차 구조조정 이후 정부는 주가를 통해 시장에서 행장들의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더욱이 李행장과 辛행장대행은 정부와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나돌던 인물들이어서,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시범케이스로 퇴진시킨 것 아니냐" 는 관측을 낳고 있다.

李행장의 경우 직접적인 사퇴원인은 23일 노조가 경영책임을 물어 임원진 전원퇴진을 요구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25일 주주총회를 코앞에 두고 임원선임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심했던 데다 정부와의 불화설 등 안팎으로 시달린 끝에 전격 사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李행장은 지난해 2대 주주인 코메르츠방크의 지원사격을 받아 정부추천 인사를 제치고 행장자리에 올랐다. 이로인해 임기내내 정부와의 불화설이 돌았는데, 李행장은 "1년 뒤 경영성과를 갖고 재평가를 받겠다" 며 버텨왔다.

지난해 주가가 8천원대였을 때부터 "연내에 1만5천원까지 끌어올리겠다" 고 했으나 23일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는 2천3백원대로 곤두박질했다.

辛행장대행도 정부의 방침에 반해 서울은행의 독자경영을 주장하는 등 정부와의 관계가 불편했던 인물. 辛행장대행이 밝힌 공식 사퇴이유는 서울은행에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고 경영체제를 개혁하는데 걸림돌이 되지않기 위해서라는 것.

그러나 새 CEO선임을 위한 정기주총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의 돌연 사퇴배경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辛행장대행은 23일 李금감위원장을 면담한 뒤 24일 오전 확대이사회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도 관심거리다. 외환은행은 25일 주총을 치르고 후임 은행장 추천절차를 마칠 때까지는 이갑현 행장이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李행장 사의표명을 전후해 금융가 안팎에선 양만기 수출입은행장이 외환은행장에, 심훈 한은 부총재가 수출입은행장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은행의 경우 최근 당국이 은행경영을 통째로 도이체방크에 맡기는 방안을 협상 중이어서 협상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이정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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