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서울탐험] 가락동 축협공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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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축혼비(畜魂碑)-' .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동남쪽 한 귀퉁이의 조그만 비석 앞에서는 1년에 서너차례 제사가 열린다. 국내 최대의 도축장인 '가락동 축협중앙회 서울공판장' 에서 죽어간 소.돼지의 넋을 기린다는 뜻이다.

1986년 문을 연 이 도축장에서는 현재 하루 소 2백~2백50두와 돼지 2천여두가 도살된다. 설.추석 등 명절때는 각각 3백50두.3천두로 늘어난다.

3년전 마장동 도축장 폐쇄로 '육류공급의 메카' 가 된 이래 서울시내 전체물량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지방에서 소가 도착하면 주인이 물을 먹였는지를 가리기 위해 최소한 7시간을 기다린뒤 도축이 시작된다. 도축장 문이 열리는 순간 도축사는 예리한 바늘이 나오는 도살총을 소의 정수리에 쏘아 가사(假死)상태에 빠뜨린다.

축협관계자는 "소가 순식간에 정신을 잃어 놀라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고기맛과 육질을 좌우한다" 고 귀띔했다.

이후 소는 콘베이어 벨트를 따라 돌면서 부위별로 가공돼 하루동안 숙성을 거쳐 경매를 통해 시내 정육점에 배달된다. 소 한마리당 도축시간은 3분이 채 안된다. 작업 시간은 매일 오전 6시~오후 3시.

위생이 생명인 도축사들은 매년 1회씩 전염성 질병 감염여부를 검사받고 보건증을 소지해야 한다. 이들은 정부가 도축장에 대해 엄격한 위생기준을 요구하는 데다 도축도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만큼 '도축자격증' 이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공판장 이철진(李徹鎭)과장은 "이 곳에서 나온 고기가 수도권 5천여 도.소매 업소에서 팔리고 있다" 고 소개했다.

그는 또 "'IMF 여파로 '축산물의 도축.가공.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축산물종합처리장 건설 사업이 부진해 당초 올해 추진하려던 도축장 이전이 '상당기간 '늦춰질 전망" 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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