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분쟁 24일 1주년] 곳곳 유혈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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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다국적군의 유고 공습으로 촉발된 '발칸전쟁' 이 24일로 1주년을 맞았다.

공습 78일 만인 지난해 6월, 전쟁은 나토의 승리로 끝났고 코소보 지역엔 평화유지군이 진주했다. 그러나 유혈사태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운 민족분쟁의 씨앗은 '피' 의 복수극.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 를 피해 피난짐을 꾸렸던 알바니아계 난민 80만여명이 코소보로 되돌온 뒤 이번엔 거꾸로 세르비아계를 탄압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유고 정부 집계로는 7백93명, 유엔 집계로는 4백88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BBC방송은 "정확한 사망자수는 아무도 모른다" 고 보도했다.

현재 코소보에는 약 4만명의 평화유지군이 있고 유엔 임시행정기구(UNMIK)도 설치됐다.

하지만 치안유지엔 역부족이다. 최근 주민들의 폭력사태가 게릴라전 등 무장충돌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나토는 지난주 프랑스군 등 2천명을 추가 파병했고 미국도 증파를 검토 중이다.

22일 코소보 북부 도시 미트로바차에선 철도 교량에 대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바르 강을 경계로 북쪽은 세르비아계, 남쪽은 알바니아계가 각각 분할 점령하고 있는 이 작은 도시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알바니아계의 보복을 피해 이바르 강 북쪽으로 쫓겨간 5만여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이제 미트로바차는 코소보에서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땅" 이라며 죽어도 그 지역을 떠날수 없다고 다짐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르비아 서부 프레세보.부야노바치.메드베자 지역에서도 유혈극이 쉴새없이 벌어진다.

승리자가 된 코소보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은 세르비아내의 알바니아계가 이젠 거꾸로 '해방군' 을 자처하며 게릴라를 조직, 코소보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코소보로부터 불과 12㎞ 떨어진 소도시 프레세보에선 게릴라들이 세르비아 경찰을 습격하자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은 병력을 증파, 또다른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프레세보가 제2의 코소보가 될 것" 이라고 보도한다.

당초 9월로 예정됐던 코소보 지역 선거는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치정부 수립 등 코소보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과 나토는 세르비아의 인종학살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그러나 이제는 그 반대의 인종청소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해결책도 막막하다.

코소보 지역을 현지 취재한 외신들은 "공습은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고 전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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