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등 총선쟁점 해명해 보라"…금감위 간부들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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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3일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을 질책했다. "아직도 관치(官治)금융이란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다" 면서 "국민은행장 선임을 투명하게 했는데도 왜 오해를 받고 있느냐" 고 말했다.

때문에 업무보고를 하던 청와대 영빈관 회의실은 "꽃샘 추위가 몰아쳤다" 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안경을 쓰고, 메모 해가며 李위원장의 보고를 들은 金대통령은 선거쟁점을 하나씩 꺼냈다.

그리고는 금감위 간부들을 한명씩 거명해가며 답변을 요구했다.

이 바람에 금감위 간부들에 대한 구술시험장이 돼 버렸다. 당황한 금감위 간부들은 金대통령이 국무회의와 재정경제부 보고에서 내놓은 '모범 답안' 을 기억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金대통령은 국민은행장 선임문제를 꺼냈다. 이를 놓고 "관치금융이란 비판의 목소리는 높은데 해명이 부족해 국민에게 관치라는 인상을 각인시키고 있다. 설명해보라" 고 이정재(李晶載)부위원장을 지목했다.

그러자 李부위원장은 "앞으로 홍보를 강화해 그런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 고 해명했다. 이에 金대통령은 "그런 (관치금융이란) 터무니없는 주장을 노조가 들고 나온 것은 금감위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 이라며 "신문에 기고도 하고, TV에 나가 해명도 했어야 하지 않느냐" 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일이 그렇게 처리된 데 대해 대단히 불만족스럽게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유감스럽다" 고 거듭 꾸짖었다.

이어 金대통령은 '국부 유출론' '외국인 증시투자와 국가신인도 문제' '국가별 외국인 투자 비율' '구조조정의 성과와 대우만 좌절한 이유' 를 일일이 시험문제로 던졌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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