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하던 화물차 80만원에도 못 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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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소 30만원 하던 화물차가 80만원을 불러도 없어요.”

화물열차의 수도권 종착역인 경기도 의왕컨테이너기지(ICD)에서 철도로 수출입화물을 운송하는 천일정기화물의 전형철(46) 소장은 26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화물열차가 모두 서는 바람에 수송차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았다. 전 소장은 “열차로 못 보낸 컨테이너를 부산항이나 광양항으로 보내기 위해 화물차를 수배했지만 운임을 두 배 더 줘도 구할 수 없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천일정기화물은 이날 컨테이너 60개를 부산항으로 보내야 했지만 30개밖에 수송하지 못했다. 하루 평균 70~80편의 화물열차가 1500량(약 9000t) 정도의 물동량을 처리하던 의왕ICD의 열차 운행이 멈췄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이날 움직인 열차는 20량짜리 두 편에 불과했다. 정 소장은 “의왕ICD~부산항 간 컨테이너 한 개당 화물차 운임은 보통 때는 30만원 정도”라며 “하지만 화물차가 멈춰서면서 너도나도 화물차를 잡으려다 보니 운임이 하늘 모르고 뛴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열차로 실어 나르는 물품은 주로 안산·시화공단에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이나 섬유제품이다. 또 이들이 수입하는 유화나 철재 같은 원자재도 많다. 정 소장은 “컨테이너 운송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출품은 제때 수송을 못하면 수출업체도 죽고 우리도 죽는다”며 “노조가 우리 같은 사람들 사정을 알기는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파업을 예상해 미리 화물차를 구해둔 오늘도 운임이 두 배로 뛰었는데 컨테이너가 더 쌓이는 내일부터는 더 비싸질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의왕ICD의 물류 중단은 수도권에 있는 생산 공장의 피해로 이어졌다. 부산·포항·광주·여수 등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와야 할 냉연철강·비료·종이·유화제품 등의 공급이 중단돼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당장 안산의 시화·반월 공단은 물론 수원의 삼성전자나 파주의 LG디스플레이 등이 물류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화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삼화제강 이철수 대표는 “오늘은 화물트럭으로 원재료를 긴급 수송해 생산차질이 없었다”며 “다른 회사들도 하루 이틀은 재고물량으로 충당하겠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수출길도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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