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마크] 3M코리아 '동호회'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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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다국적 생활용품 메이커인 3M코리아에는 '새 신발(New Boots)' 이라는 사내 프로그램에 따라 만들어진 동아리들이 여럿 있다.

이들 동아리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같은 취미를 나누기 위한 일반 동호회와는 거리가 있다.

동아리를 만든 목적이 언뜻 따분하고 딱딱하기 그지 없을 것 같은 '회사 발전 방안 모색' 이기 때문.

실제로 매출 기여나 생산성 향상, 원가 및 비용 절감, 고객 만족도 제고, 이미지 제고 등 회사 일과 관련된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기술.노하우를 연구하는 게 동아리 멤버들의 일이다 일종의 스터디 그룹인 셈이다.

그러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거나 참여한다는 점에서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태스크포스' 와도 성격이 다르다.

동아리 회원들은 한 부서의 사람들끼리만 모이는게 아니라 영업부.제작부.구매부 등 각 부서별로 골고루 섞여 있다.

통상 4~7명 정도로 구성되는 각 동아리는 근무 시간 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거나 또는 일과 후 모여 '활동' 을 펼친다.

이 회사에 이처럼 특이한 동아리가 만들어진 것은 외환위기가 본격화 한 지난 98년 초.

당시 다른 업체들과 다를 바 없이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종업원들의 사기 저하나 동요가 심상치 않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회사측이 먼저 사원들에게 제시한 아이디어였다.

직원들에게는 위기 극복 의지를 불어 넣어주는 한편 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업무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자는 취지였다.

물론 동아리인 만큼 자발적인 참여가 원칙이어서 가입 여부는 직원 스스로 결정한다.

직원들이 '클럽활동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연구 성과가 근무 성적과 연계될지도 모른다' 는 우려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회사측에서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다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을 경우 회사 차원의 포상이나 지원제도를 도입, 동아리 활성화를 위한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연말에 활동 사항을 평가해 최우수 팀에게는 팀원 당 1백만원의 상금을 주고 가족 동반 여행도 보내준다.

당초 예상 이상으로 참여 열기가 뜨거워 98년 첫해엔 30개 팀이 활동을 펼쳤으며 지난해에도 35개팀이 구성돼 연말까지 활동한 팀만 22개나 됐다.

회사측은 이들 동아리가 내놓은 각종 제안과 아이디어를 통해 지금까지 43억원의 매출 증대와 13억원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 최혜정 과장은 "지난해 전체 임직원 6백40명 중 클럽 활동을 한 사원이 1백 여명에 이른다" 며 "부서가 다른 임직원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해진 것이 최대의 수확" 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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