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봄세일, 돈은 보이는데 물량은 적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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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다음달 7일부터 대부분 봄 정기바겐세일에 들어가는 백화점들이 상품을 충분히 구하지 못해 비상이다.

백화점들은 경기 회복과 점포 신설로 이번 세일 목표를 지난해 봄보다 최대 50%까지 늘려잡은 곳도 많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시절에 재고 때문에 고생했던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데 소극적이어서 봄 상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성어패럴 등 대형 여성의류 업체들이 부도가 나 백화점에서 매장을 잇따라 철수한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화점들은 인기가 있거나 품절이 예상되는 상품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백화점은 상품까지 내걸고 물량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본점 및 무역센터.천호.신촌점 등 서울지역 4개 점포에 들어와 있는 업체들에 금강산관광 티켓 3백장을 상품으로 내걸었다.

입점업체가 백화점과 협의해 정한 세일목표를 초과달성하면 감사의 표시로 1백50곳을 선정해 이 티켓을 두장씩 주겠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입점업체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기가 있고 잘 나가는 사이즈를 많이 확보해야 할 것" 이라며 "이 제도 도입이 백화점 매출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7~23일 세일 때 판매실적이 우수한 입점업체 사원에게 상을 주기로 하고 관련제도를 마련 중이다.

판매목표를 초과 달성한 입점업체에 대해선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20~40%)를 1~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우수 사원으로 뽑히거나 목표를 초과 달성해 혜택을 보려면 좋은 물건을 많이 들여와 팔라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이 우수하다면 세일 직후나 납품 전이라도 현금으로 결제한다. 구매담당자가 거래선을 방문하면서 우수상품을 납품할 경우 이런 혜택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물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상품구매 담당자들은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31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세일을 하는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3월 초부터 물량확보 전담반이 업체들을 방문해 창고를 이잡듯 뒤지다시피 하고 있다.

다음달 7일 세일에 들어가는 미도파백화점은 상품구매 부서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당직자만 남고 부장급까지 현장에 나가 세일물량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납품업체에 콧대를 세우던 백화점의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신세계는 올해부터 납품업체 직원이 상담차 본사를 방문하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한 관계자는 "구매 담당자가 납품업체를 방문할 때 음료수를 사들고 가는 것은 기본" 이라며 "종전에는 납품업체 직원이 백화점을 찾아와 대접을 했으나 요즘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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