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당에 줄대라"…대만 기업들 인맥동원 '안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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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만의 한 신문은 20일 국민당과 오래 거래해온 한 기업가가 "민진당(民進黨)에 줄을 대야겠는데 믿을 만한 연결끈을 찾지 못해 고민 중" 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기업들은 陳당선자의 당내 조직은 물론 인권변호사 시절의 인맥이나 학연.지연.혈연 등 온갖 채널을 동원해 陳당선자에게 접근하려 애쓰고 있다.

대만에서는 정치권과 손을 잡아야 '제대로 된 사업' 을 벌일 수 있다. 국민당은 집권당이면서 동시에 영리사업까지 운영해왔다.

따라서 국민당과 민간기업은 사실상 '한몸' 이나 다름없었다. 건축자재를 생산하고 있는 한 사업가는 "믿을 만한 정치세력과 손을 잡는 게 성공의 첫째 조건" 이라며 "새 정권에서도 이런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이유로 야당시절 민진당에 '설움' 을 줬던 기업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민진당의 각종 '후원 요청' 을 냉정하게 거절했던 경험이 있다. 국민당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내 한국기업 관계자는 "민진당과 관계가 좋지 못했던 기업들은 요즘 대책회의까지 열 정도로 불안해 한다" 고 전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민진당의 '돈에 대한 태도' 는 솔직함이 그 특징이다. 당선확정 직후 민진당 자금관계자가 몇몇 기업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금사정이 어렵다. 취임축하연을 후원해줄 수 있겠느냐" 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요청을 받고 후원금을 낼 수 있었던 기업인은 두 다리를 뻗고 잘 것이다.

그러나 민진당측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상당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다.

타이베이〓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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