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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청일 전쟁 110주년] "동중국해 주도권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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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중국이 지난 5월 진수한 우한급 디젤 추진 잠수함. 서방 정보 전문가들은 이 잠수함이 기존 모델과 다른 신형이라고 분석했다. [차이나 디펜스 투데이]

한 세기 전 청.일전쟁의 분수령이었던 황해 해전이 17일 110주년을 맞는다. 이날 일본은 압록강 앞바다에서 청의 주력 함대를 대파하며 승기를 잡았다. 중국은 이날의 치욕을 되새기며 해군, 특히 잠수함 전력의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양과 남중국해, 일본과 접한 동중국해의 제해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의 급속한 팽창은 세계 2위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일본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 중국의 대양(大洋)해군 야심=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 디펜스는 최근 "중국이 지난 5월 우한(武漢)조선소에서 신형 디젤 잠수함을 진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잠수함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능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서방 정보 관계자들은 "중국의 잠수함 개발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2050년까지 대양 해군 건설을 외치는 중국은 잠수함 전력 강화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2002년 순항 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 '타입(Type) 093'을 진수하며 세계 5대 핵잠수함 보유국으로 발돋움했다. 대만의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중국이 093급 핵잠수함을 최대 12척까지 건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최대 사정거리 1만2000㎞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할 수 있다.

중국이 잠수함 전력 강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중국은 대륙 연안에서 1000㎞까지를 유사시 제해권 확보 해역으로 설정했다. 미국 항공모함 전대가 이 해역에 진입할 때를 대비해 잠수함 부대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륙 연안에서 1000㎞ 해역이면 일본 북단의 지시마(千島) 열도에서부터 일본 본토와 대만.필리핀 등이 모두 포함된다. 중국이 제해권 범위에 일본을 포함한 것은 동.남중국해 등의 해저자원 개발과 연해 경제 전략에 직결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양보장(楊伯江)동북아 연구실 주임은 "중국이 황해 해전 때처럼 일방적으로 일본에 열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 미.일 동맹 강화 박차=세계 2위로 평가받는 일본 해상 자위대 전력의 핵심은 전투.첩보 기능을 겸비한 이지스함에 있다. 이지스함 4척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16척의 최신형 디젤 잠수함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연간 50조원의 방위예산도 든든한 배경이 된다. 하지만 본토 방위를 주임무로 하고 있는 해상 자위대는 작전 반경이 제한적이라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은 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생각이다. AFP통신은 최근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미국이 요코스카항을 모항으로 한 항공모함 키티호크호 전단 외에 추가로 하와이와 괌 사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1개 항모 전단은 보통 잠수함.이지스함.구축함.순양함.지원함 등 10여척의 함정으로 구성된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중국의 동.남중국해에 대한 제해권 도전은 상당 기간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북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06년 말까지 요코스카에 이지스 구축함 두척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정용환 기자

◆ 황해해전이란=청.일전쟁 초기에 벌어진 황해(黃海)해전은 전쟁 전체의 주도권이 걸린 한판 승부였다. 압록강 앞바다 12해리(22㎞) 밖에서 벌어진 이 해전에서 청나라 주력 북양함대를 꺾은 일본은 이후 랴오둥(遼東)반도의 뤼순(旅順)과 산둥(山東)반도의 웨이하이웨이(威海衛) 등 북양함대의 거점을 손쉽게 무력화하며 대륙 진출의 발판을 삼았다. 황해해전에 참전한 청의 북양함대는 독일제 전함 2척(7400t급) 등으로 구성, 당시 아시아 최강의 해군 전력을 과시했으나 기동력이 우수한 일본 함대에 밀려 참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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