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분리독립 시위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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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유혈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12일 하루에만 110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부상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13일 전했다. 여기에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북부지역의 쿠르드족이 독립요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1월 제헌의회 선거 등 정치일정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자신은 없어 보인다.

◆ 무차별 민간인 학살=12일 바그다드 중심부의 하이파 지역에서 미군의 감정이 폭발했다. 미군과 저항세력 간의 교전과정에서 미군 헬기가 이라크 군중에게 무차별 발포해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80여명이 다쳤다.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불타는 브래들리 장갑차 주변에서 춤추며 환호하던 군중에게 미군 헬기가 갑자기 미사일과 기관총을 발사했다고 목격자들과 아랍 방송들은 전했다.

지난주 사망자 1000명을 돌파해 '격앙된' 미군의 민간인 공격에 아랍언론들은 거세게 비난했다. 취재 중이던 자사 기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범아랍 알아라비야 방송은 "감정적 보복행위는 더 큰 테러를 야기할 것"이라고 미군에 경고했다.

전투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부 모술과 시리아 국경 사이에 위치한 탈아파르 지역에서는 12일 대규모 교전으로 이라크인 51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했다. 바그다드 서부 라마디지역에서도 미군과 저항세력 간 교전으로 10여명이 사망했다. 아부 그라이브 감옥과 바그다드 정부청사에서도 자폭공격 시도가 발생했다. 중남부의 힐라에서는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폴란드군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쳤다.

◆ 쿠르드족 독립요구=12일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은 독립 요구 시위를 벌였다. 이라크 북동부 술라이마니야시(市)에 집결한 2000여명의 시위대는 이른 시일 내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임시정부에 요구했다.

시위 주최자들은 "200만명이 내년 1월 전국적인 제헌의회선거에 앞서 쿠르드 자치지역 3개 주의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시정부는 물론 이에 협조하는 쿠르드족 2개 주요정당에 대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이툰 부대가 본격적인 폭력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 북부와 북동부는 쿠르드 족이 인구의 반수를 훨씬 넘는다.

향후 이라크 정치일정의 최대 난제로 알려진 쿠르드족의 분리주의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알라위 총리는 크게 긴장하고 있다. 그는 12일 "내년 1월 전국적인 제헌의회 총선을 강행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30만명이 테러로 인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라고 말해 치안회복에는 자신이 없음을 내비쳤다. 결국 알라위 총리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하기로 갑작스레 결정했다는 보도가 13일에 나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총체적인 난국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알아라비야 방송 등 중동언론은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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