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산업 '외화벌이'는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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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수출품 1백원어치를 만드는 데 원료 등 수입품이 41.47원어치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1996년에는 32원어치를 수입했는데 3년새 10원 가까이 높아지는 등 갈수록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외화가득률(수출로 번 가격에서 수입 원자재 등 외국에 지불하는 가격을 빼고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외화의 비율)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전체 평균치가 58.53%에 그쳤다.

외화가득률이 가장 나빠진 품목은 전기.전자 분야로 지난해 47.41%로 96년(69.02%)보다 22%포인트나 낮아졌다.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 지출한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국산화 비율이 높은 가전제품 등은 중국 등 현지 공장의 생산 비중이 높아지는데 비해 요즘 수출을 많이 하는 정보통신기기 등의 핵심부품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외화가득률이 높은 품목은 정밀기계.자동차.요업제품.섬유 등 전형적인 굴뚝산업 제품들로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섬유제품의 경우 지난해 1백70억달러어치를 수출해 1백32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2백39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자동차도 9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해 섬유에 이어 2위를 달렸다. 반면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수출한 반도체(1백88억달러)의 무역흑자는 27억달러에 머물렀다.

산업자원부 윤상직 수출과장은 "최근 국내 산업의 중추로 떠오르는 전기.전자 등 첨단산업은 세계적으로 분업이 잘 돼 있어 비용절감을 위해 수입 제작이 불가피하므로 앞으로도 외화가득률이 계속 낮아질 것" 이라며 "외화획득이나 무역흑자를 위해서는 기존 제조업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하는 한편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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