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한나라당, '國富유출'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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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에 국가채무 규모 논쟁에 이어 15일에는 국부(國富)유출 논쟁이 벌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의 기업.금융권 구조조정을 위한 외자유치정책에 대한 현 상황에서의 평가 문제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선대위 정책위원장이 다시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IMF 위기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부채비율을 무조건 단기간 내 줄이라고 독려하는 바람에 많은 기업이 헐값에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한 유.무형의 국부 유출이 심각한 상황" 이라고 지적했다.

李위원장은 무형 국부 유출로 ▶국제항공노선 40% 감축▶해외유전개발권 포기▶종합상사 판매망 축소 등을 들었다. 종자산업(외국인 지분 59.2%).폴리우레탄원료(73.6%).신문용지(56.2%)등 13대 알짜산업이나 주택은행(66.5%).국민은행(50.5%)등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 증가는 유형 국부 유출의 간접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의 원인 분석도 잘못했고, 일부 외국인 금융자본가들의 이익을 챙겨주느라 국내 산업기반이 해체되는 것을 방치했으며, 과도하게 고용조정을 했다" 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제프리 삭스.폴 크루그먼과 같은 해외석학의 분석도 곁들였다. 李위원장은 "국제 금융투기꾼들에 의해 생긴 문제를 괜히 떠벌려 애꿎게 산업구조까지 심하게 건드린 결과 경쟁기반만 훼손됐다는 게 이들의 생각" 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자랑하는 'IMF위기 극복' 업적은 허구" 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예민하게 반발했다. 한마디로 '전근대적 사고' 라는 것이다. 김원길(金元吉)선대위 정책위원장은 "우리 기업의 해외 매각은 시장가치에 기초해 이뤄졌다" 며 "장부가격보다 싸게 해외에 매각된 일부 기업은 과거 손실이 있었거나 미래의 수익 전망이 어두웠기 때문" 이라고 반박했다.

두산의 맥주사업은 장부가격보다 9백76억원,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부문은 4백88억원 비싸게 매각된 사례도 들었다.

그는 이어 "위기를 넘기고 외환보유액이 여유를 보이자 과거의 긴박했던 순간을 잊고 상반된 논리를 펴고 있다" 는 지적도 했다.

金위원장은 또 "외국인 직접 투자 이후 선진경영기법 이전 등으로 오히려 우리 경제 체질이 강화됐다" 며 "미국.영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중국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 미흡한 실정" 이라고 밝혔다. 자민련은 선별적 반대론을 폈다.

정우택(鄭宇澤)선대위 정책위원장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매각만 의미있다" 며 "그러나 정보통신.기간산업 분야와 대우.쌍용자동차의 해외 매각은 절대 반대" 라고 밝혔다. 민국당은 해외 매각을 "나라를 팔아먹는 심각한 국부 유출" 로 보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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