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에게 폭행당한 敎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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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보다 더 개탄할 일은 없다. 어쩌다 우리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가. 아무리 인간관계가 황폐화하고 세태가 삭막하기로서니 어떻게 스승과 제자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한 여고생이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발길질을 하거나 심지어 꾸짖는 교사를 구타해 이를 부러뜨리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는 교육문제이기 전에 사회 성립의 기초인 윤리가 허물어졌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이 가능하겠으며, 또 가르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행은 벼랑 끝에 몰린 우리 교육 현실이 마침내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 없이 사회 발전은 없고, 교사는 교육의 전부나 다름 없다.

교사의 자리가 흔들리면 결국 교육이 무너지고, 국가의 장래도 불안해진다. 우리의 교권 침해 정도는 갈 데까지 가 있다. 매맞은 학생이 112신고를 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급기야 스승에게 직접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수업할 때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는 교사가 50.5%나 됐다는 전교조 설문조사 결과가 바로 우리 교권의 현주소다. 우리 교단은 이미 균열 상태를 넘어 급속한 붕괴 과정에 들어가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대책과 사회의 인식은 현실과 엄청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교원 우대정책이라는 것이 대표적 예다. 각종 행사에서 교사들의 좌석 배치를 신경 쓰고, 각종 잡무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지나친 형식주의다. 교실 안에서 교권이 실종됐는데 그 정도 겉치레 대책으로 실종된 교권이 살아나겠는가.

위기상황에 빠진 교육을 되살리는 일은 대입제도.교육과정.여건 개선 등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선 교권을 회복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과거보다 교육 여건이 훨씬 개선됐는데도 왜 교사들의 권위가 떨어지고 학생들에게 말이 먹혀들지 않는지에 대한 성찰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교총의 진단처럼 가정교육이 부실하고, 사회 전반의 교직 경시 풍조에 영향받은 때문일 것이다. 또 시대와 학생들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의 훈육 방식에 의존해온 학교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교권 붕괴는 하루 아침에 나타난 현상도 아니고,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대책도 간단치 않아 보인다. 교사 스스로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교육 여건과 대우를 개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당국과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 전체가 교사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노력을 입체적으로 기울이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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