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건지” … 성남시민도 호화 청사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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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윤씨는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시 신청사와 맞먹을 정도로 짓고 로비를 호텔처럼 꾸민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회사 업무로 시청을 찾은 최용원(46·분당구 구미동)씨는 “스텔스 전투기 모양을 본뜬 청사 외형만 봐도 ‘호화’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청사에서 1㎞ 정도 떨어진 야탑먹자골목 B음식점. 30∼40대 회사원들이 성남시 신청사에 대해 쓴소리를 해댔다. 허모(42)씨는 “호화 청사 문제로 성남이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석한 30대 남성은 “요즘처럼 성남시민으로 사는 게 창피했던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성남시 신청사에 대해 성남 시민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청 홈페이지에도 “누구를 위한 청사이고, 누구의 시장인지 성남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시민들이 낸 혈세로 그렇게 무모한 행동을 했는지 답답할 뿐이다” “누구 돈으로 전용 엘리베이터가 딸린 아방궁을 지었느냐”며 개탄하는 글이 쏟아졌다. 일부 시민은 이대엽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성남시는 “청사 1~3층은 시민 편의시설로 연중 개방하며 층마다 휴게실과 만남의 장소를 마련했다”며 “야외 음악분수대 일대를 무료 예식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호화 청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성남시 의회 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은 입장을 바꿔 의회 건물 내 개인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시청사와 붙어 있는 의회 건물도 이번에 시청사와 함께 6층 규모로 새로 지었다. 의회 건물 4~6층에 마련된 개인 사무실은 21.8~22.8㎡ 크기에 컴퓨터, 4인용 소파, 냉장고, 책상, 벽걸이TV가 비치돼 있다. 성남 시의원은 35명이다.


각 사무실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 14명의 명패도 모두 내걸렸다. 김유석(민주당) 부의장은 “개인 사무실은 의원들의 개인 물품과 자료들을 보관하는 공간”이라며 “자료 이용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무실을 드나드는 것일 뿐 실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남=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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