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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근로자 뒷바라지 할 터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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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중국교민협회는 지난 19일 수성2가 사무실에서 발족식을 했다. 사진은 발족식에 참석한 중국교민협회 관계자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왕용주 초대 회장. [대구중국교민협회 제공]


23일 오후 9시15분. 대구 수성2가 수성시장 인근 대구중국교민협회(053-751-1688) 사무실에 불이 켜졌다. 대구중국교민협회 왕용주(王榮祖·57) 회장이 음식점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찾은 것이다. 1층의 협회 사무실은 지난 19일 발족식을 한 터라 축하 난이 여러 개 보였다. 사무실 가운데는 중국의 오성홍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꽂혀 있다.

대구중국교민협회는 한국에 장·단기로 체류하는 중국인 유학생과 근로자·결혼이주여성 등의 권익을 지키고 한·중 유대 강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그동안 화교협회가 지역 중국인을 대변해 왔지만 친대만계 단체인 탓에 중국 대륙에서 건너 온 유학생·근로자 등이 이 사무실 방문을 꺼려 대안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된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단체가 경쟁하는 관계는 아닙니다. 저도 화교협회 수석부회장을 지냈고 지금도 대구화교소학교의 수석부이사장입니다. 단지 유학생들이 좀더 편하게 다가와 그들의 어려움을 덜었으면 할 뿐입니다.”

왕 회장은 대구 남산동에서 태어난 대구 토박이다. 중국 산둥성 용청이 고향이다. 할아버지때 처음 한국 땅을 밟았고 아버지가 6·25 전 대구에 정착했다. 1980년대 아버지와 형·누나는 요리사로 미국 이민을 갔고 왕 회장만 대구에 남아 신천동에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며 자녀들을 키웠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완전한’ 대구시민이 되지 못했다. 그는 주민등록증 대신 외국인등록증을 꺼내 보여 주었다. 평소엔 모르다가 관공서를 들르면 꼭 한 곳을 더 들르게 만드는 차별의 신분증이라는 설명이다. 한동안은 휴대전화도 마음대로 등록할 수 없었고 은행은 담보없이 소액도 빌리기가 어렵다.

“그러니 대부분이 중국음식점밖에 할 게 없었지요. 지금은 한국에서 의사·한의사 등 전문직에도 진출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 가면 바삐 오고 싶을 만큼 대구가 정든 곳이 됐다”고 말한다. 조금 뒤 다시 협회의 부회장과 부장이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들렀다. 협회는 벌써 중국 유학생 돕는 일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한 이른바 ‘대포통장’ 혐의를 받은 유학생의 누명을 풀어 주고, 두달치 임금을 못받은 근로자 17명의 민원도 해결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등록된 대구·경북 지역 중국인은 1만9326명.

왕 회장은 “유학생은 지금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자식은 하나뿐인데 중국도 대학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부유층 자녀도 많다는 것. 협회는 곧 중국 유학생 축제를 지원하면서 이들과 어울릴 계획이다.

그는 대구시에 섭섭함도 전했다. 협회 발족식에 참석을 요청했는데도 대구시 관계자는 불참은 물론 축전 한장 없더라는 것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중국인이 많이 올 겁니다. 우리도 다른 도시 협회 회원들에 대구 방문을 요청하고 통역 봉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구에 사니 대구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거든요.”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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