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자금, 한국·동남아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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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의 첨단기술 투자자금이 일본에서 대거 떠나 한국.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미국전자협회(AE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 첨단기술 투자자금의 대(對)싱가포르 투자액은 75억달러로 일본의 56억달러를 추월하면서 영국의 1백20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AEA는 일본의 기술발전 전망은 낮은 컴퓨터 보급대수 및 인터넷 이용자로 미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장래성이 크지 않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대 일본 투자열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벤처 캐피털의 서비스 질이 높고 국민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과학.기술자 보유비율이 높아 미국 벤처투자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민들의 높은 컴퓨터 사용능력과 훌륭한 정보통신 인프라, 높은 기술교육 수준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무역거래 및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첨단 기술제품의 대한 수출은 99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첨단기술 투자도 1993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규제가 심하고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며 재벌의 지나친 독점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AEA는 지적했다.

AEA는 홍콩과 대만도 벤처 캐피털 활용 능력이 크고 과학.기술자 보유비율이 비교적 높아 앞으로 미국의 투자가 급증할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첨단기술 상품의 대 필리핀 수출은 43억달러를 기록, 93년 대비 4배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필리핀의 대미 컴퓨터 수출은 17배가 늘어났다.

AEA는 특히 중국은 93년 이후 6년동안 컴퓨터 사용인구가 10배로 늘었으며 2005년까지 인터넷 사용자는 7배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향후 세계 최대의 첨단기술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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