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알 될뻔했다 황금알 되어 왔다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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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7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 퇴임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월간중앙 차기 국회의장 염두에 둔 포석?

“낙선 땐 보따리 싼다는 각오로 뛰었다” # 대표직 던지고 ‘양산상륙작전’ 성공“어렵사리 따냈으니 겸허히 6선 값어치 하겠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젊은 의원들과 열심히 활동해야죠.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당도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조력하겠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힘을 실어주고, 지역구에는 공약대로 ‘큰 양산’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 의원께서 출마한다고 하자 친이(親李)·친박(親朴)계 의원들이 동시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번 당선을 계기로 당내 대결구도 타파에 중추 역할을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그것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네, 정말 절실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당 대표 때 바로 그것을 가장 중점적으로 해 왔고, 지금은 비록 대표는 아닙니다만, 당의 중견의원으로서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박 의원이 지닌 6선이라는 타이틀과 관련해 이미 선거 전부터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박 의원 스스로도 여러 차례 ‘의욕’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선거 전 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끌었다.

-선거기간 내내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의원이) 당선만 되면 차기 국회의장은 맡아 놓은 셈”이라는 말을 공언했습니다. 정작 박 의원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자리는 제가 바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국회의원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이야기했으면 해요.”

-양산으로 내려가기 전 이 대통령과 독대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세간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뭐 그런 내용은 없었고요. (웃음) 대통령께서 ‘잘 싸워 이기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덕담만 해줬습니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회가 국정수행에 협조해줄 것을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박 의원에게 전한 당부는 무엇이었습니까?

“당부라기보다 그저 사기를 높여주는 이야기밖에 없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힘을 싣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여러 측면에서 대통령이 이끄는 국정 방향에 맞게 국회에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활동하려고 합니다. 국회에서 무엇보다 법과 제도, 정책으로 뒷받침해야지요. 우리 당론에도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조문이 있습니다. 앞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국정수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민심과의 소통 부재라는 지적입니다.

“제가 ‘귀신 잡는 해병의 정신으로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돕고, 개인적으로는 오랜 세월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뒷받침해야죠. 6선 값어치를 해야 하잖아요?”(웃음)

“6선 값어치 하겠다”

-집권 초기 오히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관계가 부자연스럽지 않았습니까?

“한나라당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임기 초반 대통령과의 관계가 멀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식이 점점 커졌어요. 집권 초기에는 우리가 야당 시절의 분위기대로 대통령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불이익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또 대통령도 우리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헌에 근접해 있는 듯합니다.”

-한나라당에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외부에서 보기에 당내에서 계파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 집권 여당으로써 정권의 성공을 위해 모두 한 배를 탔다는 생각으로 당을 이끌어 갔으면 합니다.”

-야당에도 한마디 해주십시오.

“구태 야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전부 부정하고 반대하면 국민이 납득하겠습니까? 옳은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시시비비(是是非非)’의 태도를 가져야지, 무조건 ‘비비비비(非非非非)’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박 의원이 야당의 태도를 언급한 김에 내쳐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미디어법 논란이 헌법재판소 판결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야당 쪽에서 재논의 주장이 나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우선 헌재 판결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판단을 잘한 것 같고요. 특히 헌재가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해준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권력분리주의 국가에서는 3권의 자율을 인정해야 합니다. 국회가 재판에 관여할 수 없듯 말이죠. 이번에 헌재 판결은 옳은 방향이고, 권력분립의 정신에도 맞는다고 봅니다.”

-세종시 건설과 관련해 여야의 대치가 심각합니다.

“이전 당론은 원안대로 하자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연설대로 정부에서 수정할 생각이 있다면 수정안을 내고, 그것을 치열하게 검토하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 입장에 따라야지요. 사견을 피력할 입장은 아닌 것 같고, 세종시 건설과 관련해 전문성도 없습니다.”

-개헌 논의가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력구조만 이야기한다면 어떤 방향이기를 바랍니까?

“글쎄요. 우리 당에서는 개헌하자 해놓고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해본 적이 없습니다. 권력구조에 관해서도 사견에 불과한 제 입장을 밝히기가 좀 그렇네요. 다만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합일점을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제 생각에는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왜 북한이 핵을 가지려 하는가 등에 대한 직접적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단순히 경제원조를 받기 위해 그러느냐, 아니면 국방을 위해 그러느냐로 회자하는데,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속사정을 캐내야 우리 나름의 해법을 만들 수 있고,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박 의원은 몇 가지 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여야 간 견해차이에 따른 일방적 야당 비판은 피했다.

글 오흥택 월간중앙 기자
사진 박상문 월간중앙 사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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