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축구 땅콩' 박강조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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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거미손' 이운재가 떠난 곳에는 김대환(24)이 있었다.

그리고 수원 삼성은 여전히 최강이었다.

1백20분간의 치열한 접전이 끝나고 승부차기에 들어간 수원 삼성과 성남 일화.

3명의 키커가 나란히 킥을 성공시켜 3 - 3 상황에서 김대환은 성남의 네번째 키커 김현수의 킥 방향을 정확히 읽고 몸을 날려 완벽하게 막아냈다.

수원의 수퍼컵 2연패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프로축구 전관왕 수원은 12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티켓링크 수퍼컵 성남과의 경기에서 연장 혈투 끝에 0 - 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 - 4로 승리했다.

수원은 상금 2천만원을 받았고 1998년 정규리그 이후 프로 6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해 전관왕의 주역 샤샤와 박건하가 J리그로, 이운재가 상무로 떠난 수원은 주전들의 부상과 전관왕 후유증까지 겹쳐 수원답지 못한 경기를 펼쳤다.

데니스를 원톱으로 내세운 수원은 패스 연결이 자주 끊기고 미드필드의 수적 우세를 살리지도 못해 답답한 경기를 했다.

오히려 지난 16차례 수원과의 경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성남의 파이팅에 말려 몇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수원은 이운재의 뒤를 잇는 3년차 골키퍼 김대환이 전반 38분 박남열, 45분 황인수의 골과 다름없는 슈팅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 침몰 위기에서 벗어났다.

수원의 새 외국인 선수 루츠와 하리는 첫선을 보인 경기에서 현란한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으로 합격점을 받았'고, J리그에서 복귀한 황선홍은 후반 5분쯤 투입돼 연장까지 뛰었으나 부상 후유증 탓인지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성남은 비록 졌지만 플레이 메이커 박강조의 가능성을 발견한 점이 큰 수확이었다.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온 박은 1m66㎝.60㎏의 현역 프로선수 중 가장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자로 잰 듯한 패싱과 몸을 사리지 않는 파이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원〓정영재.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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